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눈길 끄는 ‘3가지 거울’론

“국민들 아픔을 치유하고, 부당한 공권력의 남용을 추호도 허용하지 않는 헌법재판이 되도록 해야 한다” 기사입력:2013-04-14 15:53:40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늦춰진 정의는 더 이상 정의라고 할 수 없다”며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부당한 공권력의 남용을 추호도 허용하지 않는 헌법재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에서 가진 신임 헌법재판소장 취임식에서다. ‘부당한 공권력의 남용’은 수사기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여, 아마도 공안검사 출신 헌법재판소장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거울’, ‘국민의 거울’, ‘역사의 거울’로 늘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보고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하며 ‘3가지 거울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 박한철 신임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12일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는 모습(사진출처=헌법재판소)

박한철 헌재소장은 “헌법재판소는 오로지 헌법을 최고의 가치기준으로 삼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먼저 ‘헌법의 거울’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거울’에 어떻게 비춰질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높은 만큼, 국민의 절박한 기본권보호 요청에 신속하고 확실하게 답해달라는 국민들의 소망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화 함께 “‘역사의 거울’에 비춰, 헌법재판소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며 “지금 당면한 문제들을 편하고 쉬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항상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이룰 때, 헌법재판소는 국민으로부터는 사랑과 신뢰를, 역사로부터는 훌륭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12일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한철 신임 헌법재판소장(사진출처=헌법재판소)

<다음은 박한철 신임 헌법재판소장 취임사 전문>

동료 재판관을 비롯한 헌법재판소 가족여러분!

저는 오늘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제5대 헌법재판소장에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저는 이 자리에 서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동시에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오랜 공백으로 흔들린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조그마한 빈틈도 없도록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988년 설립된 이래 지난 25년간 헌법재판을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헌법이념과 가치를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에 충실하여 왔습니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기관이 되었고, 세계적으로도 우리의 헌법재판제도는 획기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제1기 조규광 소장님, 제2기 김용준 소장님, 제3기 윤영철 소장님, 제4기 이강국 소장님을 비롯한 전현직 재판관님들과 모든 헌법재판소 구성원들이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투철한 헌법수호의지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이제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이루었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해 다음 사반세기를 바라보며 새로운 도약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국민 개개인의 삶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서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부당한 공권력의 남용을 추호도 허용하지 않는 헌법재판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법기술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세밀하게 살핌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진정으로 무엇인지 항상 고뇌하고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늦춰진 정의는 더 이상 정의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기본권보호가 적시에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는 더욱 분발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헌법재판소는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적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통하여 사회와 국민의 통합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조정자 역할은 매우 어렵고도 고통스러운 일이 되겠지만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입니다.

특히, 경제민주화, 노동, 교육, 연금, 환경 등 경제적, 사회적 영역에서의 기본권을 둘러싼 갈등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처한 정치경제적 현실을 바탕으로 헌법정신을 구현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야 하겠습니다.

셋째, 우리 헌법재판의 독자성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상황 하에서 지속적으로 진화, 발전되어 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의 헌법적 가치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우리의 헌법해석기준에 따른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제도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과잉금지심사나 평등권 심사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고, 신뢰보호원칙 등 헌법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우리의 변화, 발전하는 헌법적 가치관이 더욱 깊게 스며들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헌법재판소 구성원 모두가 ‘헌법’, ‘국민’, 그리고 ‘역사’라는 3가지 거울로 늘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보고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로지 헌법을 최고의 가치기준으로 삼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합니다. 먼저 ‘헌법의 거울’을 통해 우리 헌법재판소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거울’에 어떻게 비춰질 것인지 깊이 생각하여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에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높은 만큼 기대는 질책으로, 신뢰는 불신으로 쉽사리 바뀔 수 있습니다. 국민의 절박한 기본권보호 요청에 신속하고 확실하게 답을 하여달라는 국민들의 소망을 가슴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 헌법재판소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하여야 합니다. 지금 당면한 문제들을 편하고 쉬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다음 세대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항상 두려워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이룰 때, 우리 헌법재판소는 국민으로부터는 사랑과 신뢰를, 역사로부터는 훌륭한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동료 재판관을 비롯한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서로 통하여 화합을 이룰 때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 구성원들의 일상과 직장생활에서부터 헌법적 가치가 구현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배려와 존중, 격의 없는 토론과 대화, 소통과 조화라는 품격 있는 문화를 계속 가꾸어 나갔으면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제 청년기를 넘어 성년기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정비하고, 헌법재판의 독립성과 독자성을 확립하여 세계의 헌법재판 흐름을 선도하는 새로운 25년을 펼쳐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와 같은 소임이 결코 저 한 사람의 생각과 의지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 모두의 지혜와 열정을 모아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언제든지 귀를 열어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이를 헌법재판소의 운영에 적극 반영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의 많은 조언과 협력을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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