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모두발언 전문

기사입력:2013-04-08 22:30:33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8~9일 이틀간 있다.

<다음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모두발언 전문이다.>

존경하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조정식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제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위원님들 앞에 서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저에 대한 청문회 준비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여러 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저보다 훨씬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과연 이 지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제1기 조규광 소장님 이후 올해 1월에 퇴임하신 제4기 이강국 소장님에 이르기까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5주년이라는 짧은 시기에 눈부신 업적을 이뤄놓았습니다.

바로 그러한 업적을 한 단계 더 승화시키고 국민의 자유와 인권의 수호를 위해 우리 사회에 헌법적 가치를 확고히 실현하라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것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저는 2011년 2월 1일 재판관으로 취임할 당시 “헌법재판은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분야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호하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더욱 배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 다짐을 늘 간직하면서 재판관으로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과 쟁점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동료 재판관들과 언쟁에 가까운 토론을 하면서까지 역사에 부끄럽지 않는 결정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먼저 저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그에 걸맞는 역사관을 바로 세워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의 계승을 천명하고 있으나, 헌법 현실을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제가 일으킨 야만적인 전쟁의 희생양이 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일본이 사과나 배상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국가적으로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일제 치하 해외징용자들에 대해서만 어느 정도 보상을 했을 뿐, 국내 징용자들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보상입법도 제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두 사건에서 저는 국가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고, 국내징용자들에 대해서도 보상입법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그간 민감한 역사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헌법재판소가 그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세입자들에 대한 주거이전비 보상조항이 주택재개발조합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소년범죄의 피해자에게 항고할 수 없도록 한 소년법 조항이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냈으며, 난치병인 혈우병 치료제 신약에 관한 요양급여를 환자의 출생 시기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종합전문요양기관을 당연히 산재보험 의료기관으로 한 것은 사회적 약자인 중증질환 산업재해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시대에 뒤진 낡은 법제도에 대해서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헌법가치를 기준으로 바로잡고자 노력했습니다. 교정시설 수용자가 서신을 보낼 때 봉하지 않은 상태로 교도소장에게 제출토록 한 것에 대해서는 수용자의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행정편의주의적 법제도를 바로잡았습니다. 이른바 인터넷실명제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음을 지적했고, 학부모의 부담이 됐던 공립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의 징수조항이 헌법상 의무교육 무상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1988년 설립된 이래 지난 25년간 국민생활 전반과 국가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헌법이념과 가치를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에 충실해 왔습니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기관이 됐고, 세계적으로도 헌법재판제도의 획기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이뤘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냉철한 자기 반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시작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국민 개개인의 삶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서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부당한 공권력의 남용을 추호도 허용하지 않는 헌법재판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법기술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진정으로 무엇인지 항상 고뇌하고 성찰하는 모습의 헌법재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갈수록 심해지는 이념적, 경제적 갈등과 대립이 치열한 사안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의 길잡이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통합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실현에 더욱 적극적 이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매우 어렵고도 고통스러운 일이 되겠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책무라고 할 것입니다.

특히 경제민주화, 노동, 교육, 연금, 환경 등 경제적, 사회적 영역에서의 기본권을 둘러싼 갈등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처한 정치·경제적 현실을 바탕으로 헌법정신을 구현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 붓고 싶습니다.

나아가 헌법재판의 독자성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상황과 사상의 영향 하에서 때로는 가혹한 시련과 희생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진화돼 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조들이 이룩해 놓은 소중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를 지향하는 우리 국민의 헌법적 가치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우리의 헌법해석 기준에 따른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제도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이번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연 저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아 왔는지 깊이 성찰해 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돌이켜 보니 부족한 점이 너무도 많습니다. 오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오게 될 어떠한 충고와 지적도 국민의 지엄한 뜻으로 받들어 가슴깊이 새기고 실천에 옮기겠습니다.

저는 재판관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이 헌법재판소에 바라는 기대가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만일 위원님들의 도움으로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소임이 허락된다면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독립을 굳건히 지켜내고,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헌법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함으로써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헌법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저의 모든 힘을 다할 것을 여러 위원님들께 감히 약속드립니다.

청문회 준비를 위해 애써 주신 위원장님과 위원님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박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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