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시도하려고 향정신성의약품인 ‘필로폰’을 삼켰다면 그것은 ‘투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허OO(39)씨는 손OO씨로부터 필로폰을 팔라는 부탁을 받고 지난해 10월26일 오후 10시40분께 부산 동래구 안략동에서 필로폰 10g(시가 100만원)을 손씨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났다.
그런데 손씨는 허씨를 만나기 전에 필로폰 매매사실을 경찰에 제보한 상태였고, 허씨는 필로폰을 전달하려는 순간 잠복해 있던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당시 허씨는 경찰에 저항하면서 필로폰 10g을 자신의 입에 털어 넣었고, 그 과정에서 경찰관의 제지로 일부 필로폰은 바닥에 떨어졌다.
허씨는 필로폰 과다복용으로 인한 경련 증상을 보여 즉시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그 후로도 계속 호흡곤란 증세 및 혼수상태를 보여 대학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다.
병원에 따르면 필로폰 9g은 충분히 심장박동정지를 일으킬 수 있는 용량이었다.
검찰은 허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청주지법 제천지원 이 원 판사는 지난 2월 허씨가 필로폰을 매매·투약했다고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허씨는 “자살을 하기 위해 치사량이 넘는 양의 필로폰을 삼킨 것으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투약’이라고 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인 청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오준근 부장판사)는 지난 6월 허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투약 부분은 무죄로 판단해,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당시 자살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량의 필로폰을 입 속에 털어 넣었던 것으로서, 이를 가지고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인 향정신성의약품의 ‘투약’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대법원 제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허씨가 필로폰을 삼켜 혼수상태에 빠진 뒤 의식을 회복해 ‘손씨에 대한 배신감과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고 석방된 지 불과 한 달만에 또다시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는 좌절감에 순간적으로 자살을 결심하고 필로폰을 입에 넣게 된 것’이라는 주장 등을 종합해 보면, 허씨가 자살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필로폰을 다량 복용한 행위는 ‘투약’이 아니므로 무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자살하려고 필로폰 삼킨 것은 ‘투약’ 아니다
대법원, 필로폰 투약 혐의 무죄 판결…필로폰 매매만 유죄 기사입력:2008-08-11 18: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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