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무시한 아내 vs 외도 남편…이혼책임?

대구지법 가정지원 “아내 잘못 있어도 외도 남편은 이혼청구 못해” 기사입력:2008-07-16 12:34:23
비록 아내가 자신을 무시하고 시어머니를 적극적으로 모시지 않았더라도, 이에 불만을 갖고 외도를 한 남편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48)씨는 1981년 12월 B(51·여)씨와 결혼한 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20대의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후 부부는 1991년 자식들의 교육 문제로 대구 수성구 중동으로 이사를 와 살게 됐으나, A씨는 가창으로 가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기도 했다. B씨 역시 가끔 가창에 있는 시어머니를 찾아 뵙곤 했다.

A씨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아내가 가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무시하고 시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않는다고 생각해 아내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2001년 10월 A씨는 어머니가 노인성 질환을 앓게 되자, 어머니를 대구 중동으로 모시고 와 함께 생활하다가 요양원에 입원시켰다.

B씨는 나름대로 시어머니를 모셨으나, A씨는 아내가 시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않는다고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이로 인해 A씨는 아내에 대한 애정이 점점 식어 갔다.

이 때문일까. A씨는 2004년 C(여)씨를 만나 사귀면서 수시로 외박을 했다. 이에 B씨가 나무랐으나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C씨를 계속해서 만났다. B씨는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그럼에도 A씨는 2005년 어머니를 가창 집으로 모시고 와 C씨와 동거하면서 어머니를 보살폈다. A씨는 그해 9월 어머니가 사망한 후에도 지금까지 가창 집에서 C씨와 동거하면서 식당을 함께 운영하며 생활하고 있다. 또한 A씨는 2005년 12월에는 자신 소유의 밭 950평을 C씨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한편 A씨는 C씨를 만나기 시작한 2004년부터 아내 B씨에게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가정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A씨는 “아내가 이기적일 뿐만 아니라 집착력이 강해 말다툼을 하게 되면 폭언을 하고, 또한 농사일을 싫어해 대구로 나가서 살자고 수시로 불평을 하는 등 힘들게 했고, 가사와 자녀 양육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취미생활에 몰두하면서 허영과 사치를 일삼는 등 심히 부당한 대우를 했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또 “아내는 결혼한 후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시어머니를 무시해 수시로 폭언을 했고, 분가한 후에도 가창에 홀로 남아 있는 시어머니를 전혀 모시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2001년경 시어머니가 아플 때에도 모시기를 싫어하는 등 시어머니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 가정지원 가사2단독 정용달 판사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이혼사유에 관해 부합하는 여러 증거와 본인 신문결과 등을 종합할 때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원고가 C씨와 동거하면서 가정을 전혀 돌보지 않음에 따라 혼인관계는 신뢰가 거의 상실돼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의 이혼 의사가 확고한 것으로 보이지만, 피고가 자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원고가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불륜관계를 청산한 후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다면 혼인관계는 개선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되므로,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설령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원고를 좀 더 위해주지 못하고 시어머니를 좀 더 적극적으로 모시지 못해 원고를 상심하게 한 피고에게도 일부 잘못이 있으나, 이것이 원고와 시어머니에 대한 심히 부당한 대우라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오히려 피고에게 불만을 가지고 생활하다가 이를 이유로 가정을 전혀 돌보지 않고 C씨와 부정행위를 하고 있는 원고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주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며,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파탄됐고, 그 주된 책임이 피고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혼 청구는 이유가 없고, 이혼 청구가 이유가 없는 이상 위자료 청구 또한 이유가 없어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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