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탈선한 고법원장 출신 변호사 단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2억 8925만원 확정 기사입력:2008-07-14 10:50:35
고위법관 출신으로 자신의 변호사 명의를 대여해 주고 그 대가로 수 억 원을 받아 챙긴 변호사에게 대법원이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와 거액의 추징금을 확정했다.

부산고법원장 출신인 이OO(69) 변호사는 2005년 10월 광주 동구 지산동에 있는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김OO씨에게 자신의 명의로 파산 또는 개인회생 사건을 취급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1건당 55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변호사 명의를 이용하도록 승낙했다.

이 변호사는 그 무렵부터 2006년 11월까지 김씨로 하여금 파산 또는 개인회생 사건 732건을 수임하도록 하고, 김씨가 수임한 사건 중 최종 처리된 515건에 대해 변호사 명의 대여료 명목으로 2억 8325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 변호사는 또 자신의 명의를 빌린 김씨가 2006년 2월부터 11월까지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임OO씨 등으로부터 파산신청 사건 559건을 소개받아 14억 2380만원의 수임료를 챙기고, 임씨 등에게 2억 2890만원의 소개비를 주는데 공모한 혐의도 받았다.

이로 인해 이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1심인 광주지법 형사6단독 문준섭 판사는 지난해 5월 변호사 이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2억 8325만원을 선고했다.

문 판사는 판결문에서 “변호사로서 사회의 귀감이 돼야 할 피고인이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를 범했으므로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판사는 “범행을 김씨가 주도했고 피고인은 소극적으로 가담한 점, 피고인이 고령에다가 정신질환으로 인해 사리분별력이 미약한 점, 범행을 뉘우치고 변호사 업무를 중단하는 등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이미 사회적 명예가 실추돼 적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 피고인마저 구금할 경우 김씨에게 사건을 위임한 당사자들의 문제를 수습할 수 없게 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씨는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그러자 변호사 이씨는 범행을 부인하면서 “1심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이재강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사건 의뢰인으로부터 판사에게 접대한다는 명목으로 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을 위 사건과 함께 처리하면서 두 사건을 합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2억 8925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공익적 지위를 망각한 채 범행을 저지른 점, 이 사건 범행은 재판의 공정성 훼손 우려를 낳고,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1심과 같이 “피고인이 초범이며 고령인 데다가 정신질환으로 인해 사리분별력이 미약한 상태인 점, 피고인이 범행을 뉘우치고 변호사 업무를 중단하는 등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 이미 사회적 명예가 실추됨으로써 적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이 변호사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이에 대해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최근 “피고인의 각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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