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칼날 심판…유능한 경찰간부 왜 퇴출

표창 21회와 특별승진 3회의 유능한 경찰간부 해임 내막 기사입력:2008-07-11 14:28:14
표창을 수십 회 받고 특별승진까지 한 유능한 경찰관이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동생을 둔 절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다소 비싼 이자를 받아오다 결국 경찰정복을 벗게 됐다.

이 경찰관은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내 1심과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으며 웃었지만, 최종 대법원에서 해임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려 눈물을 삼켜야 했다.

대법원이 1·2심 판결을 깨고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동생을 둔 친구로부터 비싼 이자를 차명계좌로 수년간 정기적으로 받은 것은 동생 업소의 단속 무마용 뇌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경찰공무원의 고도의 청렴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것으로, 경찰공무원뿐만 아니라 전체 공직사회에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경종의 메시지로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 경찰관으로 혁혁한 공적

울산지방경찰청 소속으로 1992년 11월 경찰관이 된 이OO(45)씨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절친한 친구인 성OO씨의 요청으로 2003년 6월 성씨에게 3400만원을 빌려줬다.

성씨는 돈을 빌린 다음달부터 2005년 7월까지 매월 이자 명목으로 196만원을, 2005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는 매월 140만원을 이씨의 차명계좌에 입금시켰다.

그러다가 이씨는 감찰에 적발됐고, 2006년 9월 언론에도 “경찰간부가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아오다 적발됐다”는 비난 보도가 돼 경찰조직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이씨가 받은 돈의 합계는 5,036만원. 그런데 성씨의 동생이 경찰단속대상인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어 이씨가 받은 돈은 뇌물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그러자 이씨는 “뇌물이 아니다”고 항변하면서 “친구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금전거래가 있었다는 이유로 목숨을 걸고 헌신해 온 공직에서 축출 당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고 가혹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졸지에 가족의 생계까지 위협받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해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라며 소송을 냈다.

실제로 이씨는 처와 2명의 딸을 두고 있는데 차녀는 중증지체장애를 앓고 있어 해임될 경우 가족의 생계가 막막했다.

특히 이씨는 경찰공무원으로서 근무해 오는 동안 징계를 받은 적이 없고 헌신적으로 직무를 수행해 크나 큰 공적을 세운 점을 강조했다.

사실 이씨는 14년 근무기간 중 12년 동안 고되고 생명의 위험이 뒤따르는 수사, 강력, 마약반 업무를 수행하면서 범죄소탕, 범죄자 검거(중요범인 검거만 15회)에 혁혁한 공적을 세워 무려 21회에 걸쳐 표창을 수상하고, 3회에 걸쳐 특별승진 할 정도로 유능한 경찰인 점은 법원도 인정했다.

◈ 1·2심 “해임처분 부당”

1심인 울산지법 행정부(재판장 이수철 수석부장판사)는 2007년 10월 경찰간부 출신 이씨가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해임은 가혹해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가 경찰공무원으로서 단속대상인 유흥업소의 운영과 관련이 있는 자로부터 명목이 다소 불분명한 다액의 금전을 수년간에 걸쳐 정기적으로 받아 온 것은 직무의 청렴성을 의심받을만한 부적절한 행위”라며 “따라서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원고가 마약수사대에 복무하고 있어 직무관련성도 비교적 약하고, 원고가 먼저 고율의 이자지급을 요구한 것은 아니고 또 원고와 성씨는 오랜 친구사이로 예전부터 서로 도와 가면서 생활해 온 점, 원고와 유사한 사안에서 다른 경찰간부는 견책이라는 가벼운 처분을 받은 점도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경찰관으로 임용된 후 징계 받은 사실은 없고 여러 공적을 인정받아 수 차례 특별승진을 할 정도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온 점, 원고가 경찰관으로서 청렴성에 의심을 살만한 부적절한 금전거래를 한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고, 많은 동료 경찰관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해임처분은 징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울산지방경찰청장이 항소했으나, 부산고법 제2행정부(재판장 김신 부장판사)도 지난 3월 항소를 기각하고,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부적절한 행위를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어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비위의 정도가 가볍거나 과실에 의한 경우에는 정직 이하의 처분이 가능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를 경찰공무원의 지위에서 박탈하는 해임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 대법 “1·2심 판결은 잘못”

그러자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상고했고, 이에 대해 대법원은 1·2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경찰공무원은 범죄의 수사, 치안의 확보 등을 고유한 업무로 하는 공무원으로서 수사를 담당하는 업무의 특성상 일반 공무원들에 비해 고도의 청렴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가 경찰의 집중적인 단속대상인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동생을 둔 성씨로부터 명목이 불분명한 다액의 금전을 수년간에 걸쳐 정기적으로 차명계좌를 이용해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러한 금품수수행위에 대해 엄격한 징계를 하지 않을 경우 경찰공무원들이 단속대상업소의 위법행위에 대해 공평하고 엄정한 단속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럴 경우 단속에 있어서 형평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나아가 단속대상업소의 업주들은 물론이고 경찰관 자신 또는 동료 경찰관들에게조차 법적용의 공평성과 경찰공무원의 청렴 의무에 대한 불신을 배양하게 될 뿐만 아니라, 법적용 자체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일반의 불신과 냉소적인 태도를 배양하는 토양이 될 수 있다”고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원고의 비위행위는 금품제공자인 성씨의 지위, 금품수수 액수, 횟수, 방법 등에 비춰 파면사유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해임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니, 원심판결에는 징계재량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부산고법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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