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서 회식 뒤 취중에 다쳤어도 업무상 재해

부산고법, 업무상 재해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 뒤집어 기사입력:2008-07-07 09:55:55
해외 출장 중 직장상사와 함께 협력업체 직원과 회식을 한 뒤 술에 취한 관계로 상사의 지시로 숙소를 변경했다가 호텔에서 넘어져 다쳤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신발 무역업체에 다니던 이OO(여·30)씨는 2006년 2월 14일부터 3월 4일까지 18박 19일의 일정으로 상사인 김OO씨와 함께 중국 출장을 갔다.

그러던 중 이씨는 2월 18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중국 대련에 있는 식당 및 바에서 상사인 김씨 및 협력업체 현지 직원인 A씨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다.

2차 회식을 마쳤을 무렵 이씨는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다. 이에 김씨는 원래 정해진 숙소에는 다른 협력업체 직원들이 있어 이씨가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아 A씨에게 이씨를 부근 호텔에 투숙시켜 줄 것을 요구한 후 자신은 숙소로 돌아갔다.

김씨의 요구에 따라 A씨는 인근 호텔로 이씨를 데리고 갔고, 이씨는 그 과정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수 회 의자에서 넘어졌으며, 객실로 가는 도중에도 수 차례 넘어졌다.

이씨는 객실에 들어간 뒤에도 답답해하며 객실을 돌아다니다가 텔레비전에 머리를 부딪치고 바닥에 넘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씨는 뇌손상 등을 입었고, 3월 1일 오전 이씨는 객실에서 의식장애로 쓰러져 있는 채로 발견됐다.

이에 이씨는 2006년 6월 요양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7월 이 사건 재해는 이씨가 과음한 것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등 업무수행성 내지 업무기인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 1심 “업무상 재해 아니다”

부산지법 행정단독 전용범 판사는 지난해 12월 이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전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출장 중의 행위가 출장에 당연히 또는 통상 수반하는 범위 내의 행위가 아닌 자의적 행위나 사적 행위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자의적 행위나 사적 행위에 의해 초래된 재해인 경우에는 업무수행성 내지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여지가 없게 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의 음주에 있어서 특별한 강제성은 없었다고 보이는 점, 실제 당시의 회식 특히 2차 회식에서는 원고만이 과음했을 뿐 상사와 A씨는 그다지 많은 음주를 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당시 원고의 과도한 음주는 출장에 당연히 또는 통상 수반하는 범위 내의 행위가 아닌 자의적 행위나 사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와 같은 자의적 행위나 사적 행위에 해당하는 과도한 음주로 인해 초래된 이 사건 재해의 경우 결국 그 업무수행성 내지 업무기인성은 인정할 수 없다 ”며 “따라서 이 사건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항소심, 업무 수행성 및 기인성 인정

그러자 이씨가 항소했고, 항소심인 부산고법 제2행정부(재판장 김신 부장판사)는 최근 원고 패소 판결한 1심 판결을 깨고,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재해는 원고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과도하게 음주한 것이 한 원인이 돼 발생했다고 할지라도, 당시 원고가 상사와 A씨와 가진 1·2차 회식은 그 날 다 처리하지 못한 업무 및 장래 업무 처리에 대한 협조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순수하게 유흥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2차 회식에 강제성이 없이 참석하지 않아도 일신상의 불이익이 없었다 하더라도 중국 출장 중에 직장 상사 및 원고의 출장 중 업무를 함께 처리하는 협력업체 직원과 업무의 원활한 처리 및 협조를 꾀하기 위한 술자리를 원고 혼자만 이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가 2차 회식에서 다소 과음한 점은 인정되나, 원고는 출장 도중 업무를 처리하느라 상당히 피곤했고, 이로 인해 평소보다 취기가 더 높아졌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당시 원고가 다소 과도한 음주를 했더라도 이는 출장에 당연히 또는 통상 수반되는 범위 내의 행위이고, 자의적 행위나 사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재해는 업무수행성 및 업무기인성이 인정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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