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중 무의식중 앞차 들이받은 경우 무죄

오병희 판사 “의지에 상관없이 차량 움직인 경우 운전 아니다” 기사입력:2008-06-27 10:24:21
시동을 켠 채로 정차돼 있던 승용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차돼 있던 앞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더라도 가해차량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면 운전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OO(40)씨는 지난 2월 1일 새벽 2시 40분께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노상에서 자신의 차량 전방에 정차돼 있는 송OO씨의 승용차 뒷부분을 충돌해 송씨와 동승자에게 각각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이로 인해 정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및 도로교통법(음주운전)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정씨의 차량은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전조등이 켜져 있어 경찰은 운전한 것으로 판단한 것.

하지만 정씨는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기 위해 승용차 운전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을 뿐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 오병희 판사는 최근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 사건은 사고 당시 정씨가 승용차를 운전했는지 여부에 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운전의 개념은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하고,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의 경우 정씨가 승용차를 운전을 한 것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됐다고 할 수 없다”고 무죄이유를 밝혔다.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이유는 이렇다. 정씨가 대리운전기사를 부르기 위해 대리운전업체에 전화를 한 후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서 혼자 잠이 들어 있었던 점. 정씨의 차량이 진행해 피해차량에 충돌했을 당시 정씨는 운전석을 뒤로 젖힌 채 잠을 자고 있었던 점을 들었다.

또 피해자들이 정씨 차량으로 다가가 정씨를 깨웠을 때 정씨가 운전석에서 내려 충돌 상황을 보고 어리둥절하며 자신은 운전하지 않았다고 항변한 점에 무게를 뒀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 역시 사고 당시 정씨가 운전한 것이 아니라 차량이 밀려서 충돌한 것으로 여기고 피해차량 수리비만 달라고 한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어떤 사람이 자동차를 움직일 의도가 없이 다른 목적을 위해 시동을 걸었지만 실수로 기어 등 자동차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자동차가 움직이거나, 주차상태나 도로여건 등으로 인해 자동차가 움직이게 된 경우에도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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