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통보 늦어 유공자 불이익…국가 배상책임

서울중앙지법 “유공자 유족으로서 명예감과 자부심 갖지 못해” 기사입력:2008-06-16 11:17:47
군이 사망원인을 순직으로 직권변경한 사실을 유족에게 늦게 통지하는 바람에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하지 못하는 등으로 불이익을 당했다면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OO씨는 1952년 1월 육군에 입대해 군복무를 하던 중 1953년 3월 사망했는데 당시 육군은 병사한 것으로 처리했다.

이후 1989년 6월 개정된 국방부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은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가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순직으로 처리하도록 변경했고, 이에 따라 육군 참모총장은 1997년 7월 이씨의 사망 구분을 변사에서 순직으로 직권변경했다.

그럼에도 군은 당시 이씨의 유족들에게 이 같은 변경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고, 지난해 8월에서야 이씨의 순직사실을 유족들에게 알렸다.

이에 이씨의 유족은 “군이 뒤늦게 변경사실을 통보함으로써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하지 못한 기간 동안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상금 및 각종 의료보호, 취업보호, 교육보호의 혜택을 받지 못했으므로 국가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국가는 “순직권변경 당시 유족에게 통지하려 했으나 자료부족 등으로 통지가 쉽지 않았고, 지역별로 행정관서 민원실에 대상자들의 명부를 비치하고 언론매체를 통해 홍보하는 등 유족을 찾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원고들이 이런 홍보 등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직권변경 사실을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최진수 부장판사)는 최근 망인 이씨의 아들 등 유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망인의 아들에게 2330만원, 딸에게 각각 200만원씩 모두 273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육군 참모총장이 통지의무를 게을리 함으로써 그 기간 동안 원고들이 국가유공자의 유족으로서 가질 수 있었던 명예감과 자부심을 갖지 못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군의 경우와는 달리 육군은 적극적으로 사망 구분의 직권변경을 통해 망인을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도록 해 준 점, 피고가 순직자의 유족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던 점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액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들이 국가유공자 유족으로 대우받지 못한 기간, 국가유공자 유족으로서 정당하게 누릴 수 있었던 보상금 이외의 여러 가지 혜택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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