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의 가슴을 스치듯 치고 또 엉덩이를 손으로 두드렸다면 강제 추행일까 아니면 귀여워서 만진 것으로 죄가 되지 않을까.
김OO(67)씨는 지난 2월29일 오후 1시경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한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던 A(9·여)양에게 접근해 A양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스치듯 1회 치고,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3회 두드려 강제 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아파트 인근에서 폐지를 수집하며 평소 A양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김씨는 “A양의 엉덩이를 손으로 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행위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행에 대한 인식이나 의욕도 없었으므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6형사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13세미만 미성년자강간 등)로 불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추행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추행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른 경위, 구체적 행위,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행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는 고의만으로 충분하며, 그 외에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단지 얼굴만 본적 있는 피고인이 다가와 자신의 신체를 만지는 것에 피해자는 상당한 거부감을 느꼈고, 이에 곧바로 다른 남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점, 피고인은 피해자가 귀여워서 한 행동이라고 변명하나, 그러한 이유만으로 굳이 여아인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비록 피해자가 아직 제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아 성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라 하더라도, 가슴과 엉덩이는 여성에게 중요한 신체부위로서 낯선 어른이 자신의 가슴과 엉덩이에 손을 대는 것에 대해 피해자가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만 9세의 여아에 불과해 별다른 저항능력을 갖추지 못한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에 손을 댄 것은 일반인 입장에서도 충분히 추행행위라고 평가될 만한 점, 설령 피고인이 어떠한 성적인 목적을 가지고서 손을 댄 것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피해자의 가슴이나 엉덩이에 손을 댄다는 사실은 인식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형 이유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만 9살에 불과한 피해자를 추행한 것이고, 아직까지 피해자와 합의를 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만 66세의 고령으로 동종 전과나 실형 전과가 없는 점, 또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 위로 가슴과 엉덩이를 가볍게 친 것에 불과해 피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아 엉덩이 두드리면 추행일까 아닐까
서울중앙지법 “추행에 해당…벌금 300만원 선고” 기사입력:2008-06-16 10: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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