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상담소를 운영하는 소장과 상담원의 충격적인 범행 행각이 포착됐다. 소장과 상담원은 부부사이로 형사사건과 관련해 법률상담과 법률관계 문서작성을 대신해 주고 수 천 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겨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피해자들이 선임한 사선 변호사들을 철회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피해자들은 재판부로부터 국선변호인의 선임을 적극적으로 권유받았는데도 이들 때문에 변호사 조력 없이 재판을 받다가 법정 구속되기까지 해 피해는 2배로 가중됐다.
가정폭력상담이라는 본연의 업무는 하지 않고 형사사건 등에 매달리며 금품을 받은 파렴치한 범행을 단독 보도한다.
◈ 돈 받고 법률서류 대행
부부사이인 정OO(47·여)씨와 조OO씨는 전남에 Y가정폭력상담소를 개소하고, 정씨는 상담원으로 남편인 조씨는 소장을 맡아 근무해 오던 중 간호조무사들의 공갈미수 사건을 접하게 됐다.
사건은 이렇다. 지난해 6월 통영시 소재 황OO 내과의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 박OO(30·여)씨 등 5명은 의사 황씨가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고 수면상태에 빠져 있는 여성 2명을 상대로 강간하는 것을 휴대폰 등을 이용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이후 간호조무사들은 강간 동영상을 CD로 복사해 황씨의 처와 장모를 만나 동영상을 보여주며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에 신고되는 바람에 지난해 7월 검찰에 공갈미수죄로 약식기소 됐다.
정씨와 조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다른 가정폭력상담소장으로부터 “간호조무사들이 공갈미수죄로 재판을 받게 됐는데, 그 쪽(Y상담소)에서 간호조무사들을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자 이들은 간호조무사들에게 “이런 사건은 충분히 무죄를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정부에서 밀어주는 기관이기 때문에 힘이 있다. 다만 사건을 위해 왔다 갔다 하려면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병원 원장의 파렴치한 범행을 지적하고 단지 촬영한 동영상 교환을 조건으로 돈만 받으려 했다가 검찰과 법원에 오가게 되자 겁을 잔뜩 먹은 간호조무사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에 간호조무사들은 7월 30일 700만원을 입금시켰다.
범행을 주도적으로 이끈 정씨는 간호조무사들을 대신해 공갈미수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소송서류 등을 대신 작성해 주고, 또 소송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정씨와 조씨의 범행은 대담했다. 간호조무사들이 사선 변호사를 선임했는데도 자신들이 해결해 줄 수 있다며 안심시킨 뒤 변호사 선임을 철회하도록 시켰다.
심지어 재판부에서 간호조무사들에게 국선 변호인의 선임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자, 이 역시 선임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자신들의 말만 믿으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결국 간호조무사들은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아야 했다.
그 후 10월 4일부터 지난 1월 24일까지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공갈미수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씨와 조씨는 방청객으로 법정에 참석해 간호조무사들과 함께 소송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소송 서류 등을 법원에 제출했다.
정씨와 조씨는 얄팍한 법률지식을 갖고 사실상 변호사를 대신해 간호조무사들의 변호인 노릇을 한 것이다. 결국 간호조무사 일부는 법정 구속되는 충격과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렇게 정씨와 조씨는 700만원을 받고 공갈미수 형사소송 사건에 관한 법률상담 및 법률관계 문서작성을 해 준 것을 비롯해 모두 7명으로부터 3회에 걸쳐 17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후 한 명에게는 200만원을 돌려줬다.
또한 이들은 지난해 4월에도 자신들이 운영하는 Y가정폭력상담소에서 전OO씨로부터 우유 납유권 계약 체결과 관련된 법률상담을 해 주고 3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도 전씨가 경찰에 제출하는 납유권 계약과 관련된 형사사건의 진술서를 대신 작성해 주고 500만원을 받은 후 전씨의 민사사건에 대한 답변서 등을 작성해 줬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해 7월 정OO(여)씨의 계금 사기사건과 관련해 대가를 받기로 하고 법률상담 및 법률관계 문서작성을 해 주기도 했다.
정씨와 조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상담소에서 문OO(여)씨의 시아버지 명의로 돼 있던 과수원 등의 토지에 대한 상속지분 등기이전 여부를 상담 및 관련 서류를 작성해 주고 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 남편은 소장…아내는 상담원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결국 이들은 변호사법 위반과 법무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에 대해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단독 김동국 판사는 범행을 주도한 정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과 함께 추징금 25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또 상담소장이자 정씨의 남편인 조씨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과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가정폭력상담소를 운영하면서 그 허용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후원금 명목 등으로 금품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소송사건에 관한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등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간호조무사들의 형사사건에 관한 변호사법위반에 있어서는 피고인들이 단순히 대가를 받고 법률관계 문서작성을 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간호조무사들이 사선 변호사를 선임했다가 피고인들의 권유를 받고 변호사 선임을 철회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간호조무사들이 검찰에 의해 약식기소 됐다가 공판절차에 회부돼 재판을 받던 중 재판부로부터 국선변호인 선임을 적극적으로 권유받았는데도 피고인들의 말만 믿고 변호사의 조력 없이 재판을 받다가 일부 간호조무사들은 법정 구속되는 등 결과적으로 간호조무사들이 적절한 시기에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되는 등 사안이 매우 중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 정씨는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각종 법률관계 문서작성을 전담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한 점을 참작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만 피고인 조씨는 범행에 가담했을 뿐 주도적으로 하지 않았고, 현재 두 딸을 양육하고 있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추가적인 반성의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사회봉사를 명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씨와 조씨는 판결에 불복해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부부운영 Y가정폭력상담소…법조브로커 온상
가정폭력 상담은 없고 법조브로커로 활약(?)…수 천 만원 챙겨 기사입력:2008-06-13 1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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