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 소음으로 난청…“기획사 책임 없다”

항소심 “소음은 예견된 것”…손해배상책임 인정한 1심 뒤집어 기사입력:2008-05-30 10:28:21
콘서트장의 소음으로 관람객이 난청증상을 앓게 된 경우 공연기획사의 잘못으로 볼 수 없어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채OO(36·여)씨는 2003년 12월25일 서울에서 열린 유명 가수의 콘서트에 가서 무대 중앙 왼쪽에 놓여져 있는 대형스피커로부터 약 10m 정도 떨어져 있는 맨 앞줄 좌석에 앉았다.

채씨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시작을 알리는 팡파르 소리(오프닝 뮤직)가 울려 퍼졌는데, 팡파르 소리는 갑자기 크게 터져 나와 무대주변에 앉아 있던 관람객들이 모두 놀라 귀를 막을 정도였다. 공연장측도 순간 소리를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당시 채씨는 귀에서 ‘웅’하는 소리를 느꼈고, 콘서트 다음날 채씨는 귀속이 멍하고 현기증 증세가 계속돼 이비인후과를 찾았는데, 귀 신경이 파손되는 ‘돌발성 감각신경서 난청상’을 입었다는 진단을 받고 2004년 1월3일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했으며, 그 이후 2월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채씨는 귀로 인한 질병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일로 치료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휴직해야 했다.

이에 채씨는 콘서트를 주관한 공연기획사 B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오경록 판사는 지난해 7월 “피고는 채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포함해 238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공연을 주최하는 자는 관람자들의 피해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피고들은 음향부문에 있어, 특히 공연장이 실내였던 점을 감안해 관람자들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공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프닝 뮤직을 내보낼 때 처음에는 볼륨을 낮추어 음악을 틀다가 점차 볼륨을 높여 고음으로 진행하는 방법, 오프닝 뮤직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실시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오 판사는 “그럼에도 오프닝 뮤직이 언제 터져 나올지 전혀 알지 못했던 관람객들이 크게 놀랄 정도로 갑자기 과도하게 큰 소리로 오프닝 뮤직을 공연장에 내보내 원고에게 상해를 입게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공연을 기획한 주최자들로서 원고에게 상해를 입힌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공연 당시 귀의 이상으로 인해 상해를 입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점, 원고가 무대 스피커에 가까운 앞쪽에서 공연을 관람한 점, 오프닝 뮤직의 비정상적인 소음으로 귀에 이상을 느끼고도 바로 자리를 떠나 안정을 취하려 했거나 병원을 찾아가지 않은 채 공연을 끝까지 관람함으로써 소음에 계속 노출돼 있었던 점 등의 잘못이 있는 만큼 원고의 과실을 50%로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 항소심, 손해배상 책임 없어

그러자 B엔터테인먼트가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19민사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는 피고의 책임을 50%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수의 공연장은 상당한 정도의 소음 발생이 충분히 예견되는 장소이고, 공연 관객은 당연히 그러한 정도의 소음을 예상하고 이를 감내하겠다는 의사를 가지는 것이므로, 통상의 공연장에서의 소음과는 차별화 될 정도의 큰 소음으로, 일반인이 예상하기 힘든 고도의 음향이 돌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소음은 수인한도 내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보다 더 스피커에 가까이 있었던 관객들 중에서도 비정상적인 소음을 이유로 항의하거나 청각 이상을 호소한 사람은 없었던 점에 비춰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오히려 공연 당시 사용된 팡파르 소리는 당해 가수의 콘서트에 자주 사용되는 소리이고, 그 소리가 다른 공연장에서의 소리보다 크다고 할 수 없으며, 락음악 공연장에서의 소음보다는 오히려 작다고 할 수 있는 사실, 팡파르 소리 당시 관객들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사실 등에 비춰 당시 스피커의 음향고도의 정도가 일반인이 청각에 손상을 입을 정도라거나 공연장에 참석하는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큰 소음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정이 이러하다면 통상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정도를 초과해 소음이 발생할 것을 예견할 주의의무가 인정되지도 않는 이 사건 공연의 경우에 피고가 관객들에게 청력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위험을 미리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피고가 불법행위를 했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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