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간 쓰러진 학생 응급조치 소홀…학교책임

대법 “체육교사 과실에 따른 학교 손해배상책임 인정” 기사입력:2008-05-13 11:27:02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학생을 교사가 응급조치를 취하거나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다면 학교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진주시에 있는 모 고등학교 1학년이던 김OO군은 2003년 10월29일 체육수업을 받던 중 팔굽혀펴기 10∼15회 정도를 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체육교사 A씨는 학생들에게 김군을 똑바로 눕히라고 한 후 1∼2분 정도 지나도 움직임이 없자 김군의 얼굴을 두드려 보고 학생들에게 팔다리를 주무르라고 했다가 양호실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양호교사 B씨는 양호실에 도착한 김군의 눈을 보고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차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데려갔다. 이때 B씨는 김군의 목을 뒤로 젖혀 기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김군은 병원에 도착해 심장마사지 등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자발성 호흡과 동공 반사가 돌아오고 심박동이 있는 상태로 약간 회복됐으나 여전히 혼수상태로 대학병원으로 후송됐다.

김군은 대학병원에서 급성 심장정지, 허혈성 뇌손상, 간질 진단을 받고 이날부터 11월25일까지 입원치료를 받다가 퇴원했는데 현재까지 식물인간에 준하는 상태다.

한편 김군이 쓰러진 다음 인근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15분 정도였는데, 학교에서 병원까지 이동하는데 5∼6분 정도 소요됐다.

이에 김군의 부모들은 “체육교사 A씨와 양호교사 B씨가 아들이 쓰러졌을 당시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119응급구조대에 연락하거나 즉시 병원으로 후송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체육교사와 양호교사의 사용자인 경상남도 교육감은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창원지법 진주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안창환 부장판사)는 김군과 김군의 부모가 경상남도 교육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해 3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체육교사가 사고 당시 김군이 특별한 건강상의 이상징후를 보이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김군이 팔굽혀펴기를 하다가 쓰러져 급성 심장정지, 뇌손상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것에 대해 예상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교사가 이러한 점을 예상하고 김군이 쓰러진 직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거나, 119응급구조대를 부른다거나 병원으로 후송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체육교사가 김군이 쓰러지고 양호실로 옮겨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3∼5분 정도에 불과해 양호실로 옮기는 이상의 응급조치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따라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양호교사는 김군이 양호실에 도착한 즉시 기도를 유지하고 병원으로 이송한 만큼 양호교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했으므로 역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A군의 부모들은 항소했고, 부산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9586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체육교사 A씨는 김군이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므로 즉시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조치를 취하거나 그런 능력이 없으면 양호교사에게 보이거나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어야 함에도 이를 지체하다가 급성 심장정지를 일으킨 김군의 상태를 악화시킨 과실이 있는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고교 남학생이 체육수업시간에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이 특별히 위험한 운동으로 볼 수 없고, 심장정지는 김군의 과실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사고 당시 김군이 특별한 건강상의 이상징후를 보이지 않았던 점, 사고 즉시 응급조치를 취했거나 양호실 또는 병원으로 후송했더라도 나쁜 결과를 회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하면 피고의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번엔 경상남도 교육감이 상고를 했고,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지난 8일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체육수업 시간에 학교 운동장에서 체력검사를 실시하던 도중에 수업을 받던 학생이 쓰러져 위와 같은 위급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면 체육교사로서는 가능한 범위 안에서 유효적절한 응급조치를 즉각 시행함으로써 학생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 체육교사는 즉시 김군에게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조치를 취하고 만약 그런 능력이 없을 경우 즉시 양호교사에게 보이거나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적어도 5분 가량 시간을 지체하다가 뒤늦게 양호실로 옮긴 과실이 있고, 이로 인해 급성 심장정지를 일으킨 김군의 상태가 악화됐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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