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 추락방지 안전시설이 없어 추락사고를 당해 숨졌다면 망인보다 공원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A(54)씨는 지난해 5월20일 새벽 2시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경남 합천군에 있는 가야산국립공원 내 영산교 부근을 걸어가다가 5m 아래의 계곡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가 난 장소는 보도가 영산교와 연결돼 있지 않고 단절돼 보도를 따라 계속 걸어갈 경우 영산교 아래의 계곡으로 추락하게 돼 있음에도 조명시설이나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 등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6년 5월 이 사고 지점에 이미 설치돼 있던 목책(나무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를 줄로 이어 계곡 아래로의 추락을 방지하는 시설)이 낡아서 미관상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철거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된 셈이다. 사고 이후 공단은 추락방지 시설을 다시 설치했다.
이에 A씨의 유족들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대구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장순재 부장판사)는 4월29일 “피고는 A씨의 아내에게 3295만원, 자녀들에게 3552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공단으로서는 국립공원의 관리에 있어서 탐방객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해 국립공원의 이용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제반 위험을 방지하고, 탐방객들의 안전을 배려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가 난 곳은 탐방객들이 계곡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고, 또한 공단은 이미 설치돼 있던 안전시설을 철거했으므로 사고 지점에 조명시설, 추락위험 표시, 안전난간 등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 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한 만큼 공단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사고 지점은 추락할 위험이 있는 곳이고 사고 당시 야간이며 주변에 가로등이 없어 어두웠으므로 보도 위를 걸어가던 망인도 전방을 잘 살펴 통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걸어가다 계곡으로 추락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망인의 잘못도 사고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됐다”며 “따라서 피고 공단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국립공원 안전시설 없어 추락사…공원 60% 책임
대구지법 “공원측, 탐방객들 안전 배려할 의무 소홀” 기사입력:2008-05-01 22: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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