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이 가스배관 타고 올라가다 걸렸다면?

대법 “문을 부수거나 열지 않아 주거침입죄 안 돼” 기사입력:2008-04-07 15:45:01
비록 절도의 의사가 있었더라도 다세대주택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간 것만으로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박OO(47)씨는 지난해 5월4일 오후 8시30분께 구리시 수택동의 한 다세대주택 2층에 불이 꺼져있는 것을 보고 물건을 훔치기 위해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다가, 마침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 발각됐다.

당시 박씨의 발은 1층 방범창을 딛고 있었고, 두 손은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가스배관을 잡고 있던 상태였는데, 박씨는 경찰에 발각되자 그대로 뛰어내렸다가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이에 검찰은 주거침입을 위한 구체적인 행위가 시작됐으므로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2층 창문을 열려고 하거나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집안에 침입하는 행위에 착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절도)로 기소된 박씨에게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의 다른 절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거침입죄의 실행의 착수는 주거자, 관리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나 관리하는 건조물에 들어가는 행위, 즉 주거로 들어가는 문의 시정장치를 부수거나 문을 여는 등 침입을 위한 구체적 행위를 시작함으로써 범죄구성요건의 실현에 이르는 현실적 위험성을 포함하는 행위를 개시할 것을 요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다가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게 발각되자 그대로 뛰어내린 행위만으로는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할 현실적 위험성이 있는 행위를 개시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주장처럼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법리오행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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