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에 뇌물 준 前국회의원…항소심도 실형

서울고법 “징역 8월…판사에게 뇌물 준 것은 관용 못 베풀어” 기사입력:2008-04-04 19:26:59
소송과 관련해 재판을 유리하게 잘 봐 달라는 명목으로 재판장에게 ‘돈 상자’를 건넨 전 국회의원에 대해 항소심 법원도 엄벌했다.

강OO(63·여)씨는 자신이 법원에 제기한 사건 소송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24일 해당 재판장 집을 찾아가 소송과 관련해 재판을 유리하게 잘 봐 달라는 청탁 명목으로 재판장의 딸에게 현금 800만원이 든 유자차 박스를 건넸다.

이로 인해 강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민병훈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사법부의 공정성을 해하려는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며 강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할 수 없고, 이는 분쟁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데, 분쟁 해결에 있어서 대화와 타협보다는 소송의 제기를 선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러한 현상이 개선되기 전에는 사법부의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회적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가 훼손될 경우, 사법부의 판단은 분쟁의 종국적 해결이 아닌 새로운 분쟁을 야기할 뿐이고, 이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분쟁 해결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훼손케 하는 행위는 엄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자신이 제기한 소송을 담당하는 법관에게 800만원을 건넸는데, 그 뇌물의 액수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점 등을 종합하면 실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씨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4형사부(재판장 윤재윤 부장판사)는 4일 강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뇌물공여 사건은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 사건은 소송 상대편에게 손해를 입히면서까지 자기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어서 다른 뇌물공여 사건과 성격이 다르고, 특히 국회의원과 교육자 등을 지낸 피고인이 판사의 주소를 알아내 뇌물을 준 것은 관용을 베풀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돈 상자를 받은 해당 재판장은 곧바로 이런 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고, 법원은 강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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