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학력위조 신정아와 변양균 엇갈린 명암

김명섭 판사, 신씨 혐의 인정 유죄…변씨는 혐의 대부분 무죄 기사입력:2008-04-02 20:54:47
지난해 학력위조 파문을 일으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줬던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신씨의 ‘연인 ’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명함이 엇갈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김명섭 판사는 3월31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다만 변씨에게는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부과했다.

변씨의 경우 신씨가 교수가 되도록 청탁해 주고, 또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되도록 청탁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 등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로 판명됐다. 다만 개인사찰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점만 유일하게 유죄로 인정됐다.

이번 판결을 조목조목 짚어본다.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 신씨는 재판과정에서 “캔사스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는데 도움을 주고, 예일대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학위브로커들에게 속은 것인데, 속은 사실도 최근 수사과정에서 깨달은 것이고, 대학이나 예술감독으로 지원할 당시까지는 박사학위가 실제로 있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또 “캔사스대학이나 예일대학에 졸업생으로 돼 있는 줄 알았으며, 본인에게 송부된 졸업증명서, 예일대 박사과정 입학허가서, 박사학위증명확인서, 박사학위기 등이 모두 진정한 것으로 알았기에 스스로 서류를 위조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김 판사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김 판사는 먼저 “신씨는 1991년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92년 1월부터 96년 12월까지 미국 캔사스대학교에 재학했으나 졸업하지 못하고 3학년 중퇴한 것이 실제 학력의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신씨는 캔사스대를 나왔고, 경영대학원(MBA)을 마쳤으며,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학력을 속여 대학 시간강사에 임용되고, 교수가 됐으며, 나아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정되는 등 대학의 교원심사 업무와 예술감독 심사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판사는 미국 학위 위조혐의 가운데 ‘예일대 박사학위기’를 위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직접 언제, 어디서, 어떠한 방법으로 위조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며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다.

성곡미술관 전시회 비용 관련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해, 신씨는 “관장의 지시에 따라 미술관 예산 중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관장에게 가져다주는 심부름 역할을 했을 뿐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김 판사는 “신씨는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학예연구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거래처로부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아 거래처에 용역비를 실제로 지급한 것처럼 가장한 후 임의로 사용하는 등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혐의 대부분 무죄…유죄는 단 하나

변씨는 혐의 대부분이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개인사찰인 울주군 흥덕사와 보광사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등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직권을 남용한 혐의만 유죄가 인정됐다.

김 판사는 변씨의 혐의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변씨가 10개 기업에 전화해 ‘기업메세나’ 차원에서 성곡미술관 후원을 요청한 것과 관련,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예술·문화·과학·스포츠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공익사업지원 등 기업의 모든 지원활동을 포괄하는 것으로서 기업에서는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윤리를 실천하는 것 외에, 회사의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어 홍보전략 수단으로 유리하게 이용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 변씨가 기업메세나 활동 중 미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금융·경제인들에게 홍보를 해 왔던 점과 기업들의 전시회 협찬 경위를 보면 변씨가 단순한 메세나 활동 일환으로서 협찬 요청에 각 기업들이 응한 행위를 갖고 기업들이 현안에 대한 대가로 후원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나아가 변씨가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서 기업들에게 미술관 전시회 협찬을 요청한 행위를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라거나, 이에 응해 협찬한 행위를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교수임용 관련 뇌물수수 무죄

검찰은 변씨가 동국대 총장에게 신씨를 추천해 신씨가 교수가 되고, 이후 매월 350만원의 급여와 각종 수당을 받을 수 있고 연구실 제공과 대학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 등 유무형의 재산상이익이 따르는 교수직위를 신씨가 부여받아 뇌물을 수수했다며 기소했다.

또한 검찰은 변씨와 신씨가 이메일과 휴대전화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은 연인관계였던 사실 등을 종합해 볼 때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판사는 “검찰의 주장이 모두 인정되더라도 변씨가 신씨를 동국대 총장에게 추천하는 과정에서 서로 상의한 정도를 넘어, 공모했다고까지 추단하기에는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변씨와 신씨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연인관계로서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사이였고, 신씨의 업무에 변씨가 다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은 인정되나, 검찰의 주장과 같이 변씨가 신씨에게 경제적 지원을 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따라서 이 같은 사정만으로 신씨가 교수로서 받은 급여 등이 사회통념상 변씨가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라고 보기에는 부족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예술감독 선정…업무방해 무죄

검찰은 지난해 6월 당시 변씨는 신씨의 박사학위가 허위임을 알았거나 적어도 교수 직위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박사학위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광주비엔날레 재단이사장에게 전화해 신씨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 전화를 걸어 예술감독 선임 업무를 방해했다며 기소했다.

이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김 판사는 “재단이사장, 재단이사 등의 진술과 통신조회내역 등을 종합해 보면 변씨가 이사장에게 신씨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거나, 신씨의 학력위조에 대해 더 이상 문제 삼지 말고 파문을 진화해 달라고 재단이사를 회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3억원 알선 수재 무죄

또한 검찰은 변씨가 성곡미술관 박문순 관장의 남편인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을 당시인 2005년 3월 박 관장으로부터 “김 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될 수 있도록 힘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례금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김 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 된 후인 2005년 5월 변씨가 김 회장을 만나 부탁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2억원을 받는 등 총 3억원을 받았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김 판사는 “박 관장이 변씨를 만났다는 일시와 장소가 다른데, 박 관장은 변씨에게 돈을 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시와 장소를 달리 말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경험칙상 돈을 준 사실을 숨긴다면서 만난 것은 인정하는 박 관장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2억원을 건넸다는 김 회장은 당시 돈을 주는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처신과 말을 했는지에 대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진술이 달라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변씨가 처음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또 변씨가 돈을 받았다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줬다는 김 회장과 박 관장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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