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팬티스타킹을 얼굴에 뒤집어 쓴 범인의 얼굴을 잠깐 보고, 또 몇 마디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PC방 운영업자 김OO씨는 지난해 3월14일 새벽 3시경 화성시 병점동에 있는 한 편의점에 검정색 스타킹을 얼굴에 쓰고 들어가 출입문을 잠근 뒤 흉기로 종업원을 위협해 50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편의점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범인이 스타킹을 쓰고 있었으나, 처음 보았을 때부터 한 눈에 범인의 눈매와 체격, 목소리 등에 비춰 평소 손님으로서 자주 편의점에 들렀던 인근 PC방 주인인 김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당시 범인은 “움직이면 죽인다. 불을 끄고 돈을 꺼내라”고 말하면 돈을 챙긴 뒤 “나오면 죽인다”고 위협한 뒤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김씨는 “편의점이 있는 건물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나, 범행 시각에는 PC방 영업을 종료하고 화성시 진안동으로 후배들을 만나러 갔다가 후배들과 연락이 되지 않아 수원에 있는 집으로 가고 있었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이번 사건은 김씨가 수사기관부터 법정에서까지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데, 유일한 직접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뿐이어서 결국 공소사실의 인정여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었다.
편의점 CCTV에 찍힌 모습으로는 범인의 식별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피해자의 증언이 유일한 증거였기 때문이다.
1심인 수원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홍승면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특수강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평소 피고인을 편의점 손님으로만 대하는 관계에 이어 피고인과 긴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어, 피해자가 검정색 팬티스타킹을 뒤집어 쓴 범인의 얼굴만을 보고 단번에 피고인과 동일인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 당시 강도에 의해 흉기로 위협 당하고 있는 피해자로서는 당황한 상태에서 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범인과 피고인이 동일하다는 내용의 피해자 진술은 증거로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검사가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7형사부(재판장 송영천 부장판사)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와 이전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더라도 피해자가 흉기를 든 범인으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돈을 꺼내라’는 등의 단문 몇 마디만 듣고, 검정색 팬티스타킹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이 잘 안 보이는 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과 범인의 외모 등이 유사해 피고인이 범인일 것으로 추측된다는 취지에 불과하다”며 “비록 피고인이 알리바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다는 점만으로는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스타킹 얼굴에 쓴 강도…“얼굴 안 보여” 무죄
서울고법 “범인 지목한 피해자 진술은 추측에 불과” 기사입력:2008-03-27 21: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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