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않는다며 채무자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또한 채무자의 사위를 흉기로 무참히 찔러 살해해 TV에 공개수배 됐던 전직 경찰관 출신 채권자에게 항소심 법원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01년 경찰관으로 정년 퇴임한 임OO(64)씨는 사채업을 하는 아내가 자신의 형제들로부터 돈을 빌려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후 돌려 받지 못하자 가정불화로 지난해 초 아내와 이혼하고, 형제들과 반목하는 등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임씨는 4억 5,000만원을 돌려 받지 못해 끝내 파산됐다.
그런데 임씨는 오래 전부터 폐결핵을 앓다가 최근 폐암으로 전이 됐다. 그럼에도 채무자들은 돈을 갚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을 피해 도피하고, 특히 3억원 이상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던 A(46)씨가 한밤중에 자신에게 전화해 욕설을 하면서 돈을 갚지 않겠다고 말하자, 채무자들을 찾아가 돈을 갚지 않겠다고 하면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게 됐다.
이에 임씨는 지난해 7월10일 오후 광명시 철산동에 사는 채무자 박OO씨의 사위인 B(38)씨의 집에 찾아가 박씨의 딸(36)에게 박씨의 연락처를 물었다. 박씨의 주민등록주소지가 딸의 집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딸이 모른다면서 “당신이 채권자냐, 이혼했으면 전 부인이 채권자지”라고 소리치면서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고 안방으로 들어가자, 이에 격분해 때마침 부엌에서 컵을 닦고 있는 박씨의 사위인 B씨의 뒤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수회 찔렀다.
임씨는 또 B씨의 비명소리를 듣고 안방에서 나온 박씨의 딸도 2회 찔렀다. 이에 놀라 딸이 집밖으로 달아나자 쫓아가 살해하려 했으나, B씨가 임씨의 바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자 또 다시 흉기로 찔러 B씨는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임씨는 이날 밤 8시경 자신에게 욕하고 돈을 갚지 않겠다고 말한 서울 방배동에 사는 채무자 A씨의 집에 찾아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귀가한 A씨가 자신을 보고 밖으로 도망가려고 하자, 쫓아가 흉기로 찔렀다. A씨는 흉기에 찔렸으나 다행히 재빨리 도망쳐 더 큰 사고는 면했다.
한편 임씨의 끔찍한 범행은 지난해 7월19일 KBS TV ‘특명 공개수배’를 통해 드러났으며, 긴급수배 됐다. 당시 방송을 본 누리꾼들은 크게 분노했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소영진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살인,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거액의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자 채무자 또는 그 가족을 살해하거나 살인미수에 그친 사건으로, 자신의 처한 경제적 상황이나 좌절감에 비해 피해자의 생명을 박탈한 범행결과가 매우 중하고 그 유족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채무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고도 금전을 회수하지 못해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던 점, 최근 폐암 진단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됐는데도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치료받기 어려웠던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해 진정한 참회의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임씨는 “1심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반면 검사는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각각 항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홍우 부장판사)는 임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아무런 원한이 없는 채무자의 사위와 딸을 흉기로 찔러 사위를 사망하게 하고, 또 채무자 A씨도 살해하려고 흉기로 찔렀으나 미수에 그쳤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 유족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줬음에도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채무자들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정신적으로 커다란 고통을 겪은 점, 폐결핵을 앓다가 최근 폐암 진단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됐음에도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치료받기 어려웠고, 경제적 궁핍과 건강 악화로 인한 아내와의 갈등이 더욱 불거져 이혼하는 등 가정파탄에 이르자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 등을 참작해 보면 무기징역은 결코 무겁다거나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채무자 사위 살해한 전적 경찰관 무기징역
서울고법 “피해회복 전혀 이뤄지지 않아 죄책 무겁다” 기사입력:2008-03-26 1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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