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4억 넘는 보이스피싱 피해금 건네받아 송금 사기방조 피고인 무죄 원심 확정

기사입력:2021-06-03 12: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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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2021년 5월 13일 4억 원이 넘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건네받아 송금한 사기방조 사건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1심 판결(징역 1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1.5.13. 선고 2021도3320 판결).

원심은 보이스피싱과 관련하여 정부나 언론에서 홍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및 피고인이 1981년생으로 어느 정도의 사회 경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을 수거·취합하는 방식’까지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취합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부족함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1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방조죄에서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수긍했다.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20. 4. 29. 오전경 피해자 김○○에게 전화를 걸어 “농협저축은행 이○○ 팀장이다. 대환대출이 가능하니 어플을 깔고 대출을 신청하라”라고 말하여 피해자가 대출을 신청하자 2020. 5. 4. 오전경 농협캐피탈 직원을 사칭하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다시 전화를 걸어 “타은행에 대환대출을 신청하면 금융거래법위반이다, 기존 대출금 1,410만원을 상환해야 타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한데 현재 금융거래법위반으로 입출금 거래가 막혔다, 농협캐피탈 직원을 보낼테니 현금으로 상환하라.”라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사실은 성명불상자는 농협캐피탈 직원이 아니어서 피해자의 기존 대출금을 상환 처리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성명불상자는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0. 5. 6. 14:30경 강원 화천군 ○○약국 앞길에서 기존 대출 상환금 명목으로 현금 1,410만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해 모두 11회에 걸쳐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금 246,685,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했다.

피고인 A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위와 같이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편취할 때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아 성명불상자가 지시하는 ㈜○○○여행사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 등에 입금하여 주는 등 그 범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성명불상자의 사기 범행을 방조했다.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20. 5. 8. 피해자 D에게 전화를 걸어 “신한저축은행 남○○ 팀장이다, 대출금 7,100만원에 대한 20%의 예치금을 내면 대출을 해 주겠다.”라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사실은 성명불상자는 신한저축은행 직원이 아니어서 피해자에게 대출을 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성명불상자는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오후경 춘천시 ○○동 ○○빌딩 앞길에서 대출 예치금 명목으로 현금 1,420만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해 모두 8회에 걸쳐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금 196,20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했다.

피고인 B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위와 같이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편취할 때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아 성명불상자에게 다시 전달하거나 성명불상자가 지시하는 ㈜○○○여행사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 등에 입금하여 주는 등 그 범행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성명불상자의 사기 범행을 방조했다.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각 피고인은 보이스피싱인지 알지 못했고 채권추심업무로 알았으므로 사기방조의 고의가 없었다고 다툰다.

1심(2020고단565)인 춘천지법 정수영 판사는 2020년 10월 8일 사기 방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B는 배상신청인 C에게 편취금 3,540만 원의 지급을 명하고 배상신청인 D의 배상신청은 배산책임의 범위가 불명확해 각하했다.

1심은 피고인들이 단기간 단순업무를 하면서 5일 동안 수백만 원의 고액의 수당을 얻기 위해 보이스피싱 방조에 가담한 점 등을 참작했다. 자신들의 사회경험에 비추어보더라도 이와 같은 단기 고액의 수당이 이례적이라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봤다.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방조한다는 미필적인 인식이 있었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피고인 B는 항소했다.

2심(원심 2020노862)인 춘천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대성 부장판사)는 2021년 2월 10일 1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판결 중 배상신청인 C에 대한 배상명령 부분을 취소하고 당심에서 추가된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모두 각하했다.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부족함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1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이 관여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이었음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했다거나 예견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방조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종범의 행위이므로 종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1801 판결 등 참조).

① 피고인은 2020. 5. 6.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안○○ 법무사 사무소라는 곳에서 기재한 ‘법원 경매 및 채권 관련 외근’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그 곳으로 연락하여 이◇◇ 실장이라는 사람과 취업상담을 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이◇◇로부터 “채권을 회수하는 일을 한다. 하루 일당 10만 원과 회수 금액의 1%를 추가 수당으로 주겠다. 교통비는 별도로 지급 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해 일을 시작하게 됐다. 피고인은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등의 입사서류의 제출을 요구받고 이를 사진 촬영해 송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위를 살펴보면, 피고인은 일단 자신이 채권회수업무를 한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거나 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② 피고인은 2020. 5. 8.부터 2020. 5. 14.까지 총 8회에 걸쳐서 이◇◇의 지시에 따라 돈을 수거하는 일을 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한 일이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이◇◇와 실시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살펴보면, 이◇◇가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수금액, 이동할 장소, 수금 이후 돈을 전달할 장소나 무통장 입금할 계좌 등을 알려주는 단순한 지시가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고, 보이스피싱을 암시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에게 업무를 지시한 이◇◇ 등을 비롯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이나 관리책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그 밖에 달리 ‘이◇◇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이라거나, 수거한 돈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직접증거는 없다.

③ 금융감독원이나 금융기관 직원 등으로 신분이나 소속을 사칭하는 것은 보이스피싱의 전형적인 수법인데,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 D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돈을 전달할 당시에 피고인이 자신에게 “신한저축은행에서 보내서 왔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1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그때그때 다른 회사명 및 담당자명으로 소개했다고 설시하였으나 피해자 D의 위 진술 외에는 원심 설시에 부합하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피고인은 그러한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변소하고 있다.

피해자 D는 콜센터 역할을 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전화상으로 말한 내용을 마치 피고인이 말한 것처럼 오인하여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전적으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의 변소가 거짓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④ 피고인은 피해자 D을 만나러 갈 당시에 이◇◇의 지시에 따라 주거지인 광명시 하안동에서 택시를 타고 춘천시로 이동했다. 당시 춘천시까지의 택시요금은 125,000원이었고, 택시기사는 피고인에게 다시 광명시로 돌아갈 것인지 물어보았는데, 피고인이 ‘그렇다’고 하자, 택시기사는 ‘7만 원에 태워주겠다’고 제안했다. 피고인은 이를 수락하여 택시기사에게 자신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만약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자신의 전화번호를 택시기사에게 선뜻 알려주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인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지시를 받아 특별한 확인 절차도 없이 돈을 수거한 다음 특정인에게 전달하거나 지시받은 계좌로 입금하는 수상한 방식으로 일을 한 점, 업무를 지시하는 이◇◇와 대면 접촉이 없었던 점, 면접 절차 없이 채용이 이루어진 점, 피고인이 받은 수당에 비해 하는 일이 단순한 점 등 정상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의심할만한 여러 사정이 있기는 하다. 나아가 실제로 피고인은 수금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채권추심’에 관하여 검색해보았고, ‘채권추심을 담당하는 직원이 채무자에게 현금을 요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는 글을 보았으며, 이◇◇에게 이 글을 캡처한 화면을 전송하면서 자신이 하게 될 일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 물어본 사실도 있다. 따라서 피고인은 위 무렵에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의심은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피고인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원래 채권회수업무는 금융권에서 하는 것인데 요즘은 법무사 쪽에서 위임을 받아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좌 이용 등이 어려운 신용불량자나 가압류신청이 들어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하여 현금으로 채권회수를 하고 있다. 법에 저촉되는 것은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피고인은 그 무렵 인터넷에서 ‘안○○ 법무사 사무소’를 검색해보았는데 실제로 개인회생업무 등을 하는 곳이고, 서울 목동 법원근처에 소재하고 있으며, 24시간 업무대행을 한다는 것을 보았다. 이와 같은 사정에 피고인의 이 법원에서의 진술태도 등을 보태어 볼 때, 피고인이 자신보다 법을 더 잘 알고 있는 법무사 사무소 실장이라는 이◇◇의 말을 신뢰하고 의심을 거둔 채 만연히 생활비 등을 벌 목적으로 이◇◇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면서 돈을 수거하는 일을 단순 반복해서 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인이 여전히 불법적인 일에 가담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법적인 금전 거래는 도박 자금, 탈세, 불법 환전 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앞서 본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적인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을 넘어서 ‘자신과 연락하는 이◇◇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이라거나, 자신이 수거한 돈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금’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⑥ 피고인은 안○○ 법무사 사무소의 존재를 인터넷에서 확인했을 뿐이고, 법무사 사무소에 직접 방문해 보거나, 이◇◇ 실장의 신원이나 실제 근무 여부에 대하여 추가로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의력의 정도와 수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취업과정에서 고용주 등을 상대로 신원정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확인하는 것이 흔한 일이라거나 쉬운 일도 아닌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최선을 다해 고용주의 신원 등을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사정이 미필적인 고의를 추인하는 근거가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⑦ 보이스피싱 범행이 사회적으로 만연하여 수년간 정부와 언론에서 비정상적인 금융거래 업무가 보이스피싱에 해당할 수 있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알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행은 조직원 등에게 돈을 직접 전달하거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관리하는 계좌로 돈을 송금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지, 돈이 바로 전달되지 않고 번거롭게 현금수거책을 보내서 현금을 직접 받게 한 후 다시 이를 전달하거나 입금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건을 접해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알기 어렵다. 피고인이 실제로 언론 등을 통해서 자신이 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의 일종이라는 것을 전해 듣거나 접해보았다는 증거도 없다. 더욱이 피고인은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이전에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적도 없다.

따라서 보이스피싱과 관련하여 정부나 언론에서 홍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및 피고인이 1981년생으로 어느 정도의 사회 경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을 수거·취합하는 방식’까지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취합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부족함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1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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