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사고후 미조치 무죄 판단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19-11-11 12: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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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 주차된 차량을 손괴하고 전화번호만을 적은 메모지만 자신의 차량 앞 유리창에 둔채 집에가서 자던 중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로부터 음주측정요구에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안에서, 1심은 사고후 미조치와 음주측정거부 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원심(항소심)은 음주측정거부는 유죄로 인정하고 '사고후 미조치' 부분는 무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원심은 피고인이 ‘주차된 차만을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하므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처벌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을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조희대)는 2019년 10월 31일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수원지법 본원 합의부에 환송했다(대법원 2019.10.31.선고 2019도10878 판결).

피고인 A씨(53)는 2018년 2월 9일 오후 11시경 이후부터 2월 10일 오전 2시경 이전 사이 용인시 처인구 승우플라스틱 앞 이면도로를 북리교 방면에서 대비골 방면으로 불상의 속도로 진행하게 됐다.

이러한 경우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술에 취하여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진행한 과실로 피고인 차량 진행방향의 왼쪽 편에 주차된 포터 화물차를 피고인 운전차량의 앞범퍼로 충격해 불상의 수리비가 들도록 손괴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사고후미조치).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로서 차량 2대 정도가 지나갈 수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해 가해차량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가해차량을 피해차량과 나란히 세워둔 상태에서 시동을 끄고, 피고인의 전화번호만을 적은 메모지를 가해차량 앞 유리창에 둔 채 걸어서 집으로 갔다.

가해차량으로 인해 통행이 어렵다는 112신고를 받고 그곳에 출동한 용인동부경찰서 남사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은 피고인이 남겨둔 메모지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고, 견인업체에 연락해 견인하도록 했다. 이어 가해차량을 조회해 차량 소유자인 피고인의 형과 통화한 후 비로소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했다.

잠을 자던 중, 경찰관들로부터 피고인에게서 술 냄새가 나고 얼굴에 홍조를 띠며, 발음이 부정확하고, ‘친구가 죽었는데 (장례식장서)얼마나 마셨는지 세면서 술을 먹냐’라고 진술하는 등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약 39분간에 3회에 걸쳐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는 방법으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회피해 정당한 사유 없이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요구에 응하지 않았다.(음주측정거부)

결국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8고단4316)인 수원지법 이화송 판사는 2019년 2월 12일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도 차량을 현장에 그대로 둔 채 현장을 이탈했고, 경찰관의 정당한 음주측정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면서도 "피해차량의 파손정도가 경미하고 피고인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피해자와 합의한 점, 4회의 벌금형 외에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피고인은 법리오해, 사실오인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당시 피해차량은 주정차 된 차량임이 분명했기떄문에 도로교통법 제148조, 제54조 제1항이 아닌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가 적용되어야 한다. 피해가 경미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시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고, 피고인은 사고직후 피고인의 연락처를 적은 종이를 피고인의 차량에 붙여두었기때문에 교통사고 발생시의 조치도 다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의 현행범인으로 볼 수 없음에도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서 계속 음주측정을 요구한 것에는 절차적 적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2019노1018)인 수원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귀옥 부장판사)는 지난 7월 12일 1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은 생락한 채 사고후미조치의 점은 무죄로 판단해 파기하고, 음주측정거부의 점만 1심판단을 수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주차된 차만을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처벌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에 관하여는 도로교통법 제148조가 아니라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를 적용해야 함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도로교통법 제148조, 제54조 제1항을 적용한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고 봤다.

도로교통법 제156조(벌칙) 10호에 따르면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제54조제1항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

피고인 및 검사는 쌍방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조희대)는 2019년 10월 31일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수원지법 본원 합의부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수긍하면서도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도로교통법 제54조(사고발생 시의 조치) 제1항에서 정한 필요한 조치(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제공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이 경우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도787 판결 참조).

대법원은 “피고인이 사고 현장을 떠날 당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를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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