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 유효

우연한 사고로 상해입었다면 보험사고에 해당 기사입력:2019-04-08 13:34:21
(사진=대법원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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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고,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왔다.
피고(아이 어머니)는 태아의 출생 전인 2011년 8월 25일 원고(현대해상화재보험)와 사이에 피보험자는 태아, 수익자는 피고, 보험기간은 2011년 8월 25일부터 2112년 1월 28일로 정해 무배당 하이라이프 굿앤굿어린이CI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 1월 28일 낮 12시4경 경주시 소재 S산부인과에서 흡입분만을 통해 태아를 출산했는데, 태아는 분만과정에서 상해를 입어 양안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 했고, 이후 2014년 2월 2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시력장해로 영구장해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2012년 5월 21일부터 2015년 1월 7일까지 사이에 이 사건 보험계약에 포함된 신생아질병입원일당 특별약관, 질병통원실손의료비 특별약관 및 상해질병입원실손의료비 특별약관에 의하여 피고에게 합계 1031만3287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피고는 피고의 남편 및 아이와 함께 2013년 2월 1일 해당산부인과 의사들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가합1868호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2014년 9월 12일경에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해 합계 1억 22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원고는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면서 원고(보험사)는 피고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사람의 출생시기는 태아가 모체로부터 전부 노출된 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므로, 분만 중의 태아의 경우에는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없고,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된 상해보험계약의 보험기간은 당연히 출생시부터 개시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태아가 분만 과정에서 뇌손상을 입고 그로 인하여 장해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상해로 인한 장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우연한 사고’로 인한 상해가 아니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장해상태가 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상해에 의한 것인 이상, 원고의 보험금 지급의무는 약관조항에 의하여 면책된다. 피고는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 1031만3287원을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했다.

1심(2015가합508193)인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김종원 부장판사)는 2015년 5월 27일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태아가 피보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 우연한 사고로 인한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 면책사유 해당 여부에 대해 살폈다.
①원고는 계약 체결 당시 태아 상태임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이 사건 보험계약 청약서의 피보험자란에도 ‘태아’라고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점 ② 이 사건 보험계약 보통약관 제9조 제1항에는 제1회 보험료 납부시부터 보험기간이 개시됨을 명시하고 있는데, 원고는 태아가 출생하기 약 5개월 전인 2011. 8. 25.경부터 피고로부터 보험료를 납부 받아 왔고, 위 청약서 및 보험증권의 기본사항란에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기간 개시일이 2011. 8. 25.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③계약자유의 원칙상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할 것이므로, 2011. 8. 25.부터는 태아 상태인 아이가 피보험자의 지위를 보유하게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계약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점 ④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태아를 피보험자로 정하여 체결된 보험계약의 경우 그 보험기간이 태아의 출생시부터 개시된다’는 취지의 조항은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저산소성 뇌손상은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상해보험에서 '우연한 사고'라 함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2001. 11. 9. 선고 2001다55499, 55505 판결 등 참조).

비록 피보험자인 태아 또는 그 보호자들이 분만을 위한 의료적 처치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흡입분만 과정에서 태아에게 두개골골절 및 저산소성 뇌손상 등의 치명적인 상해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영구적인 시각장해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결과에 대해서까지 동의했다거나 이를 예견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태아의 상해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위와 같은 상해 발생에 의료진의 과실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해의 ‘우연성’ 유무를 달리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봤다.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38713 판결 등 참조), 원고가 피고에게 ‘피보험자의 출산’이라는 면책사유의 의미에 대하여 명시․설명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로서는 피고에 대하여 위 면책사유를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배척했다.

또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원고는 제1심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항소를 했다.

항소심(2015나2028942)인 서울고법 제34민사부(재판장 최규홍 부장판사)는 2016년 2월 3일 “제1심판결은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원고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2019년 3월 28일 채무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상고심(2016다211224)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합의 사항은 약관보다 우선한다.”라고 하여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태아를 피보험적격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피보험자와 보험기간의 특정, 증명책임, 특별약관의 적용과 계약당사자 의사표시의 해석,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 보통약관에 면책사유로 규정된 ‘피보험자의 출산’은 피보험자가 출산의 주체가 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지 피보험자가 출산의 대상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보험약관 면책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대법원 판례를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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