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신종철 기자] 선임병들의 집단 따돌림(왕따) 등으로 정신질환을 얻어 의병 전역한 30대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과 2심(항소심)은 남성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은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에 따르면 대학에 다니던 A씨는 2000년 1월 육군에 입대했다. 당시 신체검사에서 신장 175cm, 체중 57kg의 체격이었고, 정신과 등 부분에서도 정상 판정을 받았다. 입대 전까지 정신병을 앓거나 치료를 받은 바 없었고, 집안에서 정신질환의 가족력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
A씨는 자대 배치 후 부대상황실에서 상황병으로 근무했는데, 선임병들에게서 밥을 늦게 먹고 동작이 느리며 위생상태가 불량하다는 등의 질타를 받았다.
선임병들은 매점을 갈 때 A씨를 빼놓고 간다든지, A씨가 인사를 할 때 답례를 하지 않는 등으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A씨는 그 무렵 식욕을 잃고, 체중이 급속도로 저하됐으며, 소화 불량 등으로 국군광주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불안ㆍ우울 증세를 호소했다. A씨는 병원에서 신경성 식욕부진과 정신과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적응장애 진단을 받아 2001년 4월 26일부터 6월 7일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A씨는 그 무렵 위와 같은 사유로 상황병 업무가 힘들어져 장교식당 취사병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그런데 A씨는 2001년 8월 대학병원에서 체중 감소, 영양실조, 소화 장애, 불안ㆍ우울, 사회적응 부족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어 식이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일정 기간의 내과,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 A씨는 2001년 12월 영양결핍증, 빈혈 등으로 다시 국군광주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그 당시 체중은 42kg에 불과했다.
A씨는 국군광주병원에서 내과ㆍ정신과 치료에도 큰 호전이 없고, 체력 및 신체여건 악화가 장기화돼 정상적인 군 복무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아 2002년 1월 비전공상으로 의병 전역했다.
A씨는 전역 후에도 우울장애, 식이장애, 신경성 식욕부진, 단순형 정신분열병, 신경불안증 등의 증상으로 계속 치료를 받아왔다.
이에 A씨는 2012년 11월 창원보훈지청장(현 경남동부보훈지청장)에게 “군 복무 중 선임병들의 폭력, 폭언, 따돌림, 과다한 업무 등으로 우울증, 스트레스장애증후군, 식이장애, 정신분열병이 발병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다.
하지만 창원보훈지청은 2013년 3월 “이 사건 상이가 공무수행과는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는 이유로 A씨에게 국가유공자 및 보훈대상자 요건 비해당 결정처분을 했다.
결국 A씨는 “건강한 상태로 군에 입대했으나 군 복무 중 계속되는 선임병들의 인격모독과 폭행, 따돌림, 과다한 업무 때문에 정신적ㆍ육체적으로 힘든 스트레스를 받아 상이가 발병했다”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 1심과 2심, 국가유공자 판정
1심인 창원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해붕 부장판사)는 2014년 3월 A씨가 창원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요건비해당결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창원보훈지청장이 원고에게 한 처분을 취소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는 군 입대 전 신체검사 결과 정신과 부분에 대한 정상 판정을 받는 등 정신질환 증세가 없었고, 원고의 가족 중에서도 정신질환 증세를 보인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평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원고는 입대 후 계급에 따라 명령과 복종으로 이루어지는 상하위계질서, 엄격한 규율 및 통제, 폐쇄적인 병영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그럼에도 나름대로 군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야간 업무에 따른 수면부족과 선임병들에게서 받는 집단 따돌림으로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화 장애가 발생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불안ㆍ우울 등의 증세를 호소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상시 영내에서 거주하는 사병으로서 군 복무 중에 받는 각종 스트레스 외에는 정신분열증 발병 원인이 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던 점 등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 상이는 평균인보다 성격상 정신적으로 취약한 원고가 군 입대 후 병영 생활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에다가 군대 내에서의 집단 따돌림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적 소인이 악화돼 비로소 발병하게 된 것이라고 추단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군 공무수행과 이 사건 상이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창원보훈지청장이 항소했으나, 부산고등법원 창원 제1행정부(재판장 진성철 부장판사)는 2014년 11월 창원보훈지청장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군복무를 하면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이의 원인이 됐는데, 원고가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위와 같은 업무수행으로 인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명백히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한 점을 종합하면, 원고가 수행한 통신상황병의 업무가 상이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는 국가유공자법의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은 자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인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따라서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 대법원, 국가유공자 아니라는 취지로 부산고법에 파기환송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A씨가 경남동부보훈지청장(전 창원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요건비해당결정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보훈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부산고법으로 환송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를 나누어 규정한 취지는 보훈의 대상 중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할 사람은 국가유공자로, 단순히 보상이 필요한 사람은 보훈보상대상자로 구분해 그에 합당한 예우와 지원, 보상을 함으로써 보훈의 정체성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원고가 수행한 통신상황병으로서의 직무 외에도 군 복무 중의 일상적 스트레스와 원고의 정신적 취약성 등이 상이의 발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상이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 상이가 원고의 통신상황병으로서의 직무수행이 주된 원인이 돼 발병한 것이어서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보훈의 대상으로 정하기에 적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이 상이는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서 정한 ‘직무수행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 또는 재해로 상이를 입은 경우’ 또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급성으로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질병에 걸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 아래, 이 상이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가 국가유공자법의 공상군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유공자법의 공상군경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대법원 “선임병 집단따돌림에 정신질환 의병전역…유공자 아냐”
기사입력:2016-09-13 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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