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이강훈 기자] 불법도박사이트 운영 사건에서 “시키는 일만 했다”는 해명만으로 형사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직접 사이트를 개설하지 않았더라도 불법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회원 응대, 입출금 관리, 홍보 등에 관여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같은 사이트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모든 가담자의 책임이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 전체의 범행 규모와 개인의 실제 관여 정도를 구분해 살펴야 한다.
책임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직책보다 실제로 수행한 업무와 권한이다. 명목상 직원이더라도 인력을 관리하거나 자금 집행을 결정했다면 주도적인 역할로 평가될 수 있다. 반대로 지시받은 업무를 제한적으로 수행했다면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운영 방침을 결정할 권한이 있었는지, 다른 가담자에게 지시했는지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된다.
가담 기간과 경위, 보수의 지급 방식도 주요 검토 대상이다. 고정된 급여를 받은 경우와 운영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눠 가진 경우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불법성을 인식한 시점과 이후 수행한 업무 역시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본인의 설명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업무 지시가 담긴 대화 내역과 급여 입금 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돼야 한다.
범죄단체나 범죄집단 관련 혐의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여러 사람이 업무를 나눠 수행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혐의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를 목적으로 한 조직적 구조와 개별 가담자의 인식, 가입·활동 여부 등을 살펴야 한다.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했다는 사실과 조직범죄 관련 혐의의 성립 여부를 구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양형에서는 범행의 규모뿐 아니라 개인의 역할, 가담 정도, 취득한 이익 등이 함께 검토된다. 형사처벌 전력과 진지한 반성, 수사 협조 등도 적용되는 양형기준에 따라 고려될 수 있다. 초범이나 급여를 받는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처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참작할 사정이 있다면 이를 자료로 구체화해 실제 책임에 부합하는 판단이 이뤄지도록 설명해야 한다.
몰수, 추징 역시 형량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사이트를 거쳐 간 전체 금액과 개별 가담자에게 귀속된 이익을 구분하고, 적용 법률과 금원의 성격에 따라 추징 범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불법도박사이트 사건은 실제 역할과 가담 정도에 따라 책임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정을 객관적인 자료로 밝혀 양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법무법인 문정 여모휘 대표변호사
이강훈 로이슈(lawissue) 기자 lkh@lawissue.co.kr
불법도박사이트 운영 가담, 처벌 수위를 가르는 것은 ‘실제 역할’
기사입력:2026-10-13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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