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총 사준 아버지 징역 15년"... 美 조지아주 학교 총격 사건, 부모 책임 어디까지

[크라임 렌즈] 위험 신호 알고도 총기 선물하고 방치... 배심원단 2시간도 안 돼 27개 혐의 모두 유죄, 총격범 부모에 살인죄 인정된 첫 판결 기사입력:2026-09-22 16:29:09
2024년 9월 미국 조지아주 애팔래치 고등학교에서 14세 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 2명과 교사 2명이 숨졌다. 총을 쏜 콜트 그레이(Colt Gray)에게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내려졌다. 그런데 법정에 선 사람은 아들만이 아니었다.

아버지 콜린 그레이(Colin Gray)도 2급 살인과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콜린이 아들의 총격을 계획하거나 범행에 직접 가담한 것은 아니었다. 검찰이 문제 삼은 지점은 아들이 다른 사람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알고도 총기를 사주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형사상 과실(criminal negligence)'이었다. 고의로 해를 끼치지 않았더라도 마땅히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저버린 잘못을 묻는 개념이다.

콜린의 유무죄를 가른 것은 총격 당일의 행동이 아니었다. 범행 이전에 나타난 위험 신호를 알고도 무엇을 했느냐였다.


■ '위험할 수 있다' 경고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은 AR-15 소총

CNN에 따르면, 2023년 5월 미 연방수사국(FBI)은 온라인에 학교 총격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신고를 접수해 지역 경찰에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 경찰은 콜트 부자의 집을 찾아갔다. 당시 콜트는 글을 올린 사실을 부인했고 경찰은 작성자를 입증하지 못했다. 콜린은 아들이 다른 사람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도 그해 크리스마스에 AR-15 계열 소총을 선물했다. 집에 있던 총기와 탄약은 잠금장치 없이 보관했고, 콜트는 선물 받은 소총을 자기 방에 두기도 했다.

콜린은 아들이 신체적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콜트의 방 벽에는 2018년 미 플로리다주 파클랜드 학교 총격범의 사진이 걸려 있었고, 콜트는 범행 몇 주 전 "무슨 일이 생기면 피는 당신 손에 묻은 줄 알아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배심원단은 2시간이 채 안 되는 논의 끝에 콜린에게 적용된 27개 혐의 전부에 유죄 평결을 내렸다. 2급 살인 2건, 비자발적 과실치사 2건, 아동학대 18건, 무모한 행위 5건이다. CNN은 콜린이 학교 총격범의 부모 가운데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첫 사례라고 전했다.

■ 프림 판사, "가장 기본적인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

형을 선고한 배로카운티 상급법원(Superior Court)의 니컬러스 프림(Nicholas Primm) 판사는 콜린이 총격을 계획하거나 직접 범행할 의도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아들의 폭력적 행동과 위협적인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 반복된 위험 신호를 무시한 채 총기에 접근하도록 방치한 책임은 별개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프림 판사는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갈수록 명백해졌다"며, "최소한 콜트가 자살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를 막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콜트의 어머니 마시 그레이(Marcee Gray)의 증언도 아들의 상태를 보여줬다. CNN에 따르면, 마시는 법정에서 아들이 불안 증상과 공황발작을 겪었고 쉽게 흥분하는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마시는 아들에게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너무나 명백했다"고 봤지만, 남편은 "그 문제를 다루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마시는 기소되지 않았다. 약물과 알코올 문제로 콜트의 양육권을 잃은 상태였고, 사건 당시 아들과 함께 살지 않았으며 총기를 제공한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 미시간 크럼블리 부부 이어, 부모의 '방치 책임' 법정으로

그레이 부자 사건은 2021년 미시간주 옥스퍼드 고등학교 총격 사건과 닮은꼴이다.

당시 15세였던 이선 크럼블리(Ethan Crumbley)가 학생 4명을 살해했고, 부모 제임스·제니퍼 크럼블리 부부도 각각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10~15년을 선고받았다. 이선에게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내려졌다.

두 사건은 부모가 자녀의 범행을 직접 지시하거나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명백한 위험 신호를 알고도 무기를 제공하거나 접근을 차단하지 않았다면 어디까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가족 정신건강 분야 법률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캐럴린 라이낙 울프(Carolyn Reinach Wolf) 변호사는 최근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 기고에서 그레이 사건을 다뤘다. 울프 변호사는 사후 처벌만큼 중요한 것이 위험 단계에서의 조기개입이라고 강조한다.

울프 변호사가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꼽은 것은 위기 상태의 자녀가 무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일이다. 그다음 정신건강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개입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 입원부터 '정신건강 영장'까지, 비극 전에 개입하는 길

울프 변호사가 제시한 첫 번째 방법은 '정신과적 개입(psychiatric intervention)'이다.

정신건강 문제가 급격히 나빠지는 사람을 가족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정신건강 전문 변호사와 정신과 의사, 사례관리자, 필요하면 보안 인력까지 참여해 위기 상황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다. 본인이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 필요한 치료로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면 자발적 입원은 물론, 본인 동의 없이 이뤄지는 비자발적 정신과 입원도 검토할 수 있다. 입원 과정에서는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가 정신·의학적 상태를 평가하고 진단과 치료계획을 세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이른바 '정신건강 영장(mental health warrant)'을 통한 법적 개입도 가능하다.

가족 등이 법원에 청구하면 법원은 당사자가 현재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한 상태인지 판단한다.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정신과 응급실로 보내 즉각적인 평가를 받게 하고 치료를 위한 입원 여부까지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는 미국에서도 주마다 다르다.

■ 한국에 그대로 적용은 어려워도, 남는 질문은 '방치의 책임'

그레이 사건을 한국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한국은 총기 접근성부터 소년사법제도, 보호자의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법체계까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그레이 판결을 국내 '촉법소년'(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 논쟁과 곧바로 연결해 부모에게 자녀 범죄의 형사책임까지 묻자는 주장으로 확대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콜린이 처벌받은 이유는 '아들이 흉악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구체적인 위험 신호를 알고도 총기를 제공하고 안전하게 관리하지 않은 자신의 행위와 방치가 총격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배심원단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 남는 질문은 있다.

자녀가 자해나 타인에 대한 위해를 암시하고 폭력성이 갈수록 심해지는 등 명백한 위험 신호를 반복해서 보일 때 어디까지를 '가정의 문제'로 남겨둘 것인가. 부모와 학교, 정신건강기관, 경찰은 언제 개입해야 하고 서로 어떤 정보를 공유할 것인가.

그레이 사건이 던지는 물음은 자녀가 저지른 범죄를 부모에게 대신 지우자는 데 있지 않다. 비극이 벌어진 뒤 "몰랐다"고 말하기 전에, 알고 있었던 위험 앞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묻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 원문 기사 출처
"Father of Georgia Shooter Will Spend 15 Years in Prison." Carolyn Reinach Wolf. 2026.08.20. <Psychology Today>.
"Father of Georgia school shooter sentenced to 15 years in prison in landmark murder case." Eric Levenson, Isabel Rosales, Devon M. Sayers. 2026.07.31. <CNN US>.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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