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 될 수 없다 무죄 확정

레즈비언 중 특정한 성적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부치’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 기사입력:2026-09-22 12:00:00
대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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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명예훼손 사건 상고심에서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 될 수 없다며 이는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대법원 2026. 9. 3. 선고 2025도21344 판결).

피고인은(30대, 프리랜서)는 2021년 8월 30일 낮 12시 45분경 불상지에서 인터넷 네이버 블로그 '오백군의 이응들' 게시판에 피해자 K에 대하여 "남성혐오 집단 해일 경상도 메갈 대표 K는 프로 혐오러(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면 모두 혐오하고 비하: 할아버지=갈배/ 경찰, 기자, 트랜스젠더 비하)"라는 제목으로 "모든 남성혐오의 원인? - 수상한 그녀(?)의 성적 취향??", "신남성연대 대표는 K가 남자면 노소 따지지 않고 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그녀(?)의 성적정체성을 폭로하는 듯 레즈비언의 부치(이게 맞는 철자인지 모르겠네요)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레즈비언의 관계에서 남성역할을 하는 '부치'는 남자역할을 해야 하므로 모든 남성을 적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만약 그녀(?)의 성정체성이 B 대표가 말한대로라면 위에서 협오하던 트랜스젠더와 같은 소수자면서 그저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서 혐오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

(쟁점사안)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 타인이 동성애자(레즈비언 중 '부치')라는 사실 및 성적 지향을 거론·적시한 행위가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

-1심(수원지방법원 2024. 11. 13. 선고 2024고정131 판결)은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다.

게시글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저하시키기 위한 내용일 뿐 단체의 실체를 밝히는 내용으로 보기 어려운 점, 피해자가 비록 단체채팅방에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밝혔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로지 사적 영역에 해당하고, 피해자의 성적지향이 객관적으로 일반 국민이 알아야 할 공적 관심사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자신의 공개 블로그에 게시한 행위는 형법 제310조의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적 지향 등을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혐오를 조장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는 우울증과 불안감, 자O충동 등을 겪는 등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피고인이 게시한 글은 전체적으로 의견이나 평가에 해당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 하더라도 해당 내용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양형부당과 함께 항소했다.

-원심( 수원지방법원 2025. 11. 27. 선고 2024노7947 판결)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사용한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는 여성 동성애자를 가리키는 가치중립적인 표현이고, 동성애는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의 하나이므로, 그러한 단어의 사용이 곧바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 될 수 없다. 레즈비언 중 특정한 성적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부치’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 피고인의 이 사건 게시글 작성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형법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레즈비언'이라는 표현을, 게시글을 읽는 불특정 내지 다수인들에게 초래할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 저하의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지 그 단어의 가치중립적인 측면만을 중시한 채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피고인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여성의당 소속 정치인이자 시민단체 대표로서 성평등 및 성별 갈등과 관련한 공적 활동을 하고 있었고, 이 사건 게시글이 당시 사회적 관심사였던 성별 갈등에 관한 공론 형성과 의견 표명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비판과 검증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피고인은 이러한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주체가 피해자가 대표로 활동하는 단체라는 판단에 따라 이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성별 갈등이라는 공적 관심사와 관련하여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행위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을 위해 이러한 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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