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민족의 대명절 추석은 오랜만에 마주한 가족과 정을 나누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지만, 소방관의 시선에서 명절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특별경계근무 기간이기도 하다.
특별경계근무란 화재나 사고 위험이 평소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소방서 전체가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언제 출동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하는 근무 형태를 말한다. 장시간 이동, 음식 조리와 화기 취급 증가로 인해 일상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명절 사고 중에서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심정지는 가족의 행복을 한순간에 앗아갈 수 있는 가장 위중한 응급상황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한 사람의 생명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 소방과 응급의료 현장에서 가장 강조하는 개념이 바로 ‘생존사슬(Chain of Survival)’이다. 이는 심정지 인지와 신속한 신고부터 목격자의 심폐소생술 및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 전문 구급대원의 현장 처치와 병원 이송, 그리고 일상 복귀를 위한 치료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사슬처럼 빈틈없이 이어져야 비로소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생존사슬의 가장 첫머리를 쥐고 있는 주체가 소방관이나 의료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장의 첫 번째 구조자는 바로 그 순간 환자 곁을 지키고 있던 가족이자 이웃이다.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아무리 신속히 달려간다 해도, 골든타임 내에 현장 목격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면 한 사람의 생명을 온전히 살려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명절, 우리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
야 할 세 가지 핵심 응급처치 수칙을 당부드리고자 한다.
첫째, 심정지는 완벽한 기술보다 ‘즉각적인 가슴압박’이 핵심이다.
환자가 쓰러져 의식이 없고 비정상적인 호흡을 보인다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고 주변에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요청해야 한다. 깍지낀 두 손으로 가슴뼈 아래쪽 절반 지점을 분당 100~120회, 약 5~6cm깊이로 강하고 빠르게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뇌 손상을 줄이고 생존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정확한 방법을 몰라 주저할 필요는 없다. 119에 연결되면 구급상황요원이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실시간으로 가슴압박 방법을 안내해 준다.
둘째, 명절 음식으로 인한 기도폐쇄 시 무리한 민간요법은 금물이다.
떡이나 고기 등을 섭취하다 갑자기 말을 하지 못하고 목을 감싸 쥐는 기도폐쇄 징후를 보일 때, 당황하여 억지로 물을 먹이거나 손가락을 입안에 집어넣는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한다. 이물질을 더 깊이 밀어넣어 기도를 완전히 폐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자발적으로 기침조차 하지 못하는 완전 기도폐쇄 상태라면, 상체를 앞으로 숙이게한 뒤 손바닥 뒤꿈치로 날개뼈(견갑골) 사이를 강하게 치는 ‘등 두드리기 5회’를 먼저 시행한다. 그래도 이물이 배출되지 않는다면 등 뒤에서 배꼽과 명치 사이에 주먹을 대고 안쪽 위로 강하게 밀쳐 올리는‘복부 밀어내기(하임리히법) 5회’를 번갈아 반복해야 한다.
만약 처치도중 환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면, 지체 없이 바닥에 눕히고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셋째, 조리 중 화상을 입었다면 ‘흐르는 시원한 물’로 열기를 식히는 것이 최우선이다.
전을 부치거나 탕을 끓이다 기름이나 뜨거운 국물에 데었을 때, 민간요법이라며 소주, 된장 등을 바르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이는 상처에 2차 감염을 일으키고 피부 조직 손상을 악화시킬 뿐이다. 화상 부위는 즉시 흐르는 시원한 물로 10~15분간 충분히 식혀 열감을 낮춰야한다. 이후 발생한 수포(물집)는 감염 방지를 위해 절대 터뜨리지 말고, 깨끗한 마른 거즈나 수건으로 가볍게 감싼 뒤 신속히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혹여 연휴 기간에 문을 연 병원이나 약국을 찾기 어렵거나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으로 막막할 때도 주저 없이 119를 누르면 된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는 24시간 실시간 의료 상담과 병·의원 안내, 응급처치 지도를 통해 연휴 응급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명절의 진정한 풍요로움은 화려한 선물이나 성찬이 아니라, 모인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 119는 이번 연휴 동안에도 24시간 쉬지 않고 시민 곁에서 안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가족의 생명을 잇는 첫 번째 온기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여러분의 손길에서 시작된다. 올 추석,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심폐소생술 순서와 주변 자동심장충격기(AED)의 위치를 확인해보는 따뜻한 대화를 나눠보길 권한다. 그 작은 안전의 준비가 보름달보다 더 든든하게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켜줄 것이다.
-부산항만소방서 구조구급과장 강대웅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기고] 보름달보다 더 든든한 선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응급처치
병원이나 약국을 찾기 어렵거나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으로 막막할 때도 주저 없이 119 기사입력:2026-09-11 13: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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