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인신청, 가족이라고 자동으로 대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사입력:2026-07-31 09:00:00
법무법인 오현 고영석 가사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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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고령의 부모가 치매나 뇌질환 등으로 판단 능력이 저하되면서 예금 인출이나 부동산 관리, 병원 입원 동의 같은 중요한 결정을 직접 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가족들은 배우자나 자녀라면 당연히 대신 계약을 체결하거나 재산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인을 대신해 모든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성년후견인신청 제도를 검토하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부모 명의의 부동산을 처분해야 치료비를 마련할 수 있지만 부모가 치매로 인해 계약 내용을 이해하거나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운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녀들은 치료를 위해 부동산을 매각해야 한다고 판단하지만 금융기관이나 매수인은 적법한 대리권이 없다는 이유로 계약 진행을 거절할 수 있다. 이처럼 본인의 의사결정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경우에는 법원의 후견 개시 여부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이나 장애, 노령 등으로 인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부족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법원이 후견인의 선임 여부와 범위를 결정하며, 후견인은 법원의 감독 아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가족끼리 합의했다고 해서 성년후견이 자동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성년후견인신청에서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은 본인의 판단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다. 단순히 연세가 많거나 거동이 불편하다는 사정만으로 성년후견이 개시되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 소견과 현재의 인지능력, 스스로 재산관리와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모든 사건에서 성년후견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판단 능력이 일부 남아 있는 경우에는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이 적절한 사례도 있다. 어떤 제도가 현재 상황에 가장 적합한지는 본인의 상태와 필요한 보호 범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후견인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피후견인의 재산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관리되어야 하며, 중요한 재산 처분이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행위는 법원의 허가나 별도의 절차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후견인은 어디까지나 피후견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지위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족 사이에서 후견인을 누구로 지정할 것인지를 둘러싼 분쟁도 자주 발생한다. 여러 자녀가 있는 경우 특정 자녀가 후견인이 되는 것에 대해 다른 형제자매가 반대하기도 하고, 재산관리의 공정성을 이유로 전문후견인이 선임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신청인이 반드시 후견인으로 선임되는 것은 아니다.

성년후견인신청은 상속 문제와도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부모의 재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가족이 재산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거나, 상속을 앞두고 재산관리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후견제도와 상속분쟁은 서로 다른 법률문제로 구분하여 검토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 관련 서류, 의사의 진단서나 감정자료, 재산목록, 예금 및 부동산 관련 자료 등이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현재 판단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자료는 법원의 심리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부모의 통장을 대신 관리하거나 인감을 보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법한 대리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 업무나 부동산 계약, 재산 처분은 각각 별도의 법률상 권한이 요구될 수 있으므로 현재 가능한 행위와 불가능한 행위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성년후견인신청의 핵심은 가족에게 권한을 주는 절차가 아니라 판단 능력이 저하된 본인의 권리와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부모나 가족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신 처리하려 하기보다 현재 후견이 필요한 상태인지부터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단계에서 본인의 건강 상태와 재산 현황을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향후 재산관리와 가족 간 분쟁을 예방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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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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