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대화'는 피해자와 가해자 등 이해관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범죄나 갈등으로 발생한 피해를 확인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피해회복과 관계회복, 재발 방지 방안을 모색하는 절차다.
회복적 대화는 기존 형사사법 절차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이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동의가 절차 개시의 전제 조건이며, 당사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기존 형사절차를 선택할 수 있다. 대화모임은 원칙적으로 경찰의 의뢰를 받은 회복적 정의 전문기관이 주관하고, 예외적으로 경찰관이 직접 진행하기도 한다.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 것인지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요구와 가해자의 책임, 향후 관계, 재발 방지 방안까지 함께 논의한다.
임형진(백석대)·김문귀(호서대)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환경디자인과 안전〉에 게재한 〈회복적 경찰활동(회복적 대화)에 대한 인식 비교: 전문기관 진행자 vs. 경찰관 진행자〉에서 회복적 대화를 진행하는 전문기관 실무자와 경찰관 사이에 제도의 목적과 적용 대상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논문은 어떤 사건을 회복적 대화에 연계할지를 범죄 유형만으로 결정하기보다 가해자의 책임 인정 여부, 피해자의 안전, 재피해 가능성, 당사자 간 관계 지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형진(백석대)·김문귀(호서대) 연구진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회복적 대화를 60건 이상 진행한 전문기관 진행자와 경찰관 사이에 제도의 목적과 대상 사건에 대한 인식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범죄 유형만으로 대상 사건을 정하면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가해자의 책임 인정, 피해자 안전, 재피해 가능성을 종합 평가할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처벌만으로 끝나지 않는 갈등, "계속 마주칠 사람들"이 문제
회복적 대화는 현장에서 주로 가정폭력과 학교폭력, 이웃 간 분쟁에 활용되고 있으며 교제폭력과 모욕·명예훼손, 소액 피해 사건 등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 형사절차가 사건의 위법성과 처벌 여부를 판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피해자가 원하는 사과나 피해 설명, 안전 보장, 관계 정리 등은 충분히 다루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교폭력이나 가정폭력, 이웃 분쟁처럼 사건 이후에도 당사자들이 계속 마주칠 가능성이 큰 사건에서는 분리와 처벌만으로 갈등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형진·김문귀 연구팀은 회복적 대화를 약 60건 진행한 전문기관 진행자 1명과 약 66건을 진행한 경찰관 1명을 각각 심층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통해 회복적 경찰활동의 필요성과 피해회복·재범방지 효과, 회복적 대화에 적절한 사건의 판단 기준을 비교했다.
■ 전문기관 진행자는 피해회복, 경찰관 진행자는 재범방지에 무게
인터뷰에 응한 회복적 대화 전문기관의 두 진행자는 모두 회복적 경찰활동이 필요하며, 기존 사건처리 절차보다 피해회복과 재범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이유에는 차이가 있었다.
전문기관 진행자는 기존의 처벌 중심 절차에서는 가해자 처벌 이후 피해자의 구체적인 회복을 위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회복적 대화가 가해자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직접적이고 자발적으로 책임질 기회를 제공하고, 피해자의 실질적인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관 진행자는 재범방지에 더 무게를 뒀다.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하더라도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처벌 이후 같은 갈등이나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피해회복 효과를 설명하는 방식도 달랐다. 전문기관 진행자는 회복적 대화와 기존 수사절차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와 처벌 가능성이 가해자에게 책임 이행을 촉진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회복적 대화는 그 압력을 바탕으로 사과와 피해회복 방안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관 진행자는 기존 사건처리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장 크게 호소하는 문제로 '가해자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교통사고처럼 보험처리나 법적 절차만 진행되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대화가 단절된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분노가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에게 미친 영향 직면해야"
재범 방지 효과와 관련해서도 두 진행자는 회복적 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문기관 진행자는 가해자가 자신이 저지른 절도나 폭행이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직면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봤다.
가해행위가 처벌로만 이어지면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으로 발생한 피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만, 피해자의 경험을 직접 듣는 과정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관 진행자는 자신이 진행한 66건의 경험을 근거로 회복적 대화가 재범 방지에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학교폭력이나 가정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한 뒤 각각의 입장만 확인하는 기존 방식이 당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는 필요하지만, 갈등의 구체적인 원인과 관계 문제까지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두 진행자의 평가는 인터뷰 참여자의 경험과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 재범률을 추적하거나 회복적 대화 참여 집단과 비참여 집단을 비교해 효과를 검증한 결과는 아니다.
■ 전문기관 "범죄 유형만으로 배제 안 돼".. 경찰관은 선별 기준 강조
두 진행자의 인식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부분은 회복적 대화에 적절한 사건의 범위였다.
전문기관 진행자는 특정 범죄 유형을 일률적으로 회복적 대화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재산범죄와 폭력범죄뿐 아니라 소년범죄, 과실범죄, 교통범죄, 강력범죄, 성범죄, 학대범죄도 사건의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회복적 대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기관 진행자는 대화 참여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큰 경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나는 것 자체로 추가적인 고통을 겪을 수 있거나, 흉기 사용과 반복적 폭력이 있었던 가정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계속 함께 생활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범죄의 명칭보다 회복적 대화가 피해자에게 미칠 영향과 재피해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관 진행자는 보다 제한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회복적 대화를 진행하려면 가해자가 자신의 가해행위를 인정하고 피해 내용이 명확해야 하며, 당사자 간 관계가 계속될 가능성과 회복적 개입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경찰관 진행자는 위 기준에 비춰 가정폭력, 지인 간 폭력, 소년의 재산·폭력범죄, 학대범죄 등은 회복적 대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서로 모르는 사람 사이의 재산·폭력범죄나 과실범죄, 강력범죄, 성범죄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경찰관 진행자도 범죄 유형만으로 적용 여부를 기계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교통범죄나 과실범죄라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이 발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면 회복적 대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기관 진행자는 강력범죄도 당사자의 동의가 있다면 연계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본 반면, 경찰관 진행자는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범죄명 중심 선별'에서 '위험·관계 중심 평가'로
연구진은 회복적 대화 대상 사건을 선정할 때 소년범죄, 강력범죄, 성범죄, 학대범죄 등 범죄 유형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제안한다.
대신 가해자의 가해행위 인정 여부와 피해의 명확성, 당사자의 관계, 회복적 개입의 필요성, 대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 등을 고려할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처럼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힘의 불균형이 크고 보복이나 재피해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형식적인 동의만으로 절차의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 사전면담을 통해 강요나 압박이 없었는지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미칠 영향을 별도로 평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논문은 또한 회복적 대화가 수사와 처벌을 대신하는 제도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회복적 대화는 기존 사건처리 절차를 중단하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수사와 사법절차가 충분히 다루기 어려운 피해회복과 관계 갈등, 재발 방지 문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 진행자에 따라 달라지는 판단... 공통 교육 필요
연구 결과는 회복적 대화의 운영 방향이 제도를 진행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전문기관 진행자는 회복적 정의의 원칙과 피해회복 가능성을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본 반면, 경찰관 진행자는 범죄예방과 재범 방지, 현장 개입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더 중시했다. 두 진행자의 관점 차이는 같은 사건을 두고도 회복적 대화 연계 여부나 진행 목표를 다르게 판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전문기관 진행자와 경찰관 진행자가 회복적 대화의 목적과 대상 사건 선정 기준, 피해자 안전 확보 원칙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동 교육과 협의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다만 임형진·김문귀 연구팀의 연구는 전문기관 진행자 1명과 경찰관 진행자 1명만을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 연구다. 두 사람 모두 회복적 대화를 60건 이상 진행한 경험자이지만, 연구 결과를 전체 전문기관 진행자와 경찰관의 일반적인 인식으로 확대해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지역과 경력, 담당 사건 유형이 다른 다수의 진행자를 조사하고, 실제 사건 자료와 피해자·가해자 평가, 합의 이행 여부와 재범 여부를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회복적 대화가 기존 사건처리 절차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보완하는 제도로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전문기관 진행자와 경찰관 진행자의 관점을 조율하고, 범죄 유형이 아닌 구체적인 사건 조건을 토대로 대상 사건을 판단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논문
임형진·김문귀(2025). 회복적 경찰활동(회복적 대화)에 대한 인식 비교: 전문기관 진행자 vs 경찰관 진행자, 환경디자인과 안전, 16(2), 37-82.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