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심준보 기자]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 트립닷컴이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도 소비자에게 그 이유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 이용약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히 개별 예약이 거절되는 수준을 넘어 플랫폼이 일방적인 판단으로 회원 계정을 제한하고 이미 적립된 트립코인과 각종 혜택까지 회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업자에게 과도한 재량을 부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환불 조건과 추가 수수료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아고다에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이번에는 트립닷컴의 이용약관이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고다가 '고지' 문제였다면, 트립닷컴은 약관 자체가 사업자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9일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트립닷컴 이용약관은 회사가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 일정한 사유에 한해 이용자에게 취소 이유를 밝히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관은 취소 사유를 공개하는 것이 관련 법률을 위반하거나 사기 또는 기타 불법행위의 적발·예방에 방해가 된다고 회사가 판단하는 경우 취소 이유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트립닷컴은 본지 질의에 "예약 취소 및 계정 제한 정책은 고도화되는 사기 거래와 시스템 악용으로부터 플랫폼과 절대 다수의 선량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조치"라며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외부에 공개할 경우 이를 우회해 악용할 우려가 있어 상세한 안내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약관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예약이 취소되더라도 자신의 예약이 왜 취소됐는지 구체적인 사유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회사는 보안상 이유를 들고 있지만, 소비자는 자신의 잘못인지 시스템 오류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우며, 무엇을 소명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는 결과만 통보받고 판단 과정은 회사만 아는 '블랙박스 구조'라는 것이다.
논란은 예약 취소 조항에만 그치지 않는다.
트립닷컴 약관에는 회사가 이용자가 약관을 위반했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경우 계정을 비활성화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약 서비스 이용 자체를 제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립 중이거나 이미 적립된 트립코인, 쿠폰, 프로모션 리워드 등 각종 혜택도 취소하거나 회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예약 유지 여부부터 계정 사용, 적립 혜택 회수까지 핵심 결정권이 플랫폼 내부 판단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제재는 즉시 가능하지만 소비자는 무엇을 위반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약관 전반에는 '당사가 판단하는 경우', '당사의 합리적 견해', '당사의 재량'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계약 유지 여부와 계정 제한, 리워드 회수 등 핵심 제재의 발동 기준 상당 부분을 회사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약관은 '당사의 판단', '당사의 합리적 견해', '당사의 재량'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사업자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반면 이용자가 어떤 기준으로 제재 대상이 됐는지, 예약 취소나 계정 제한이 실제 얼마나 발생하는지, 어떤 절차를 통해 충분히 이의를 제기하거나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약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사업자의 재량은 넓지만 이를 견제하거나 소비자가 다툴 수 있는 절차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트립닷컴은 이에 대해 "관련 정책은 구체적인 사유가 확인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실행되며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소명 및 안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관만 놓고 보면 예약 취소부터 계정 제한, 리워드 회수까지 핵심 제재 권한이 회사 판단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라는 회사의 설명과 별개로 실제 약관상 권한이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심사 기준은 사업자에게 계약 해지나 서비스 제한 등에 관한 과도한 재량을 부여하거나 소비자의 권리 행사 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항은 불공정약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
트립닷컴은 "엄격한 내부 감사와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형평성 있게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소비자원 등 국내 유관기관과도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소비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 보호 정책과 서비스 운영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심준보 로이슈(lawissue) 기자 xzvc@lawissue.co.kr
[단독] 아고다 '고지' 문제에 트립닷컴은 '약관' 논란…예약 취소 이유도 안 알려준다
기사입력:2026-07-09 09: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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