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성동구, 성수4지구에 인용한 판례 모두 ‘엇박자’

맞지 않는 판례로 언론·조합 압박
총회 앞두고 또 ‘무효’…억지 주장
기사입력:2026-07-03 15:26:39
성동구 공문.

성동구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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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최영록 기자] 법원 ‘판례’ 한 줄은 주장의 무게를 단숨에 키우기 마련이다.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건설사도, 지자체도 저마다 판례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해당 판례가 실제로 무엇을 판단했는지는 간과한 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한다는 점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 시공자 선정을 둘러싸고 지난 2월부터 대우건설과 성동구가 근거로 제시한 판례 3건을 원문과 대조한 결과, 모두 판례가 정한 요건과 주체, 전제를 생략한 채 결론만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 대우건설, 내역입찰 안 하는 지방 판례를 서울에 들이대

지난 2월 조합이 대우건설의 세부 도면 미제출을 이유로 1차 입찰을 유찰하자, 대우건설은 “기계·전기·조경·토목 도서는 대안설계 시 필수 입찰서류가 아니다”며 수원지법 성남지원(2019가합401338) 판결을 제시했다.

성동구도 조합에 보낸 공문에서 “입찰참여 안내서는 대안설계 제출서류를 설계도면과 산출내역서로만 명시하고 있을 뿐 세부 공종 제출서류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며, 세부 도면 누락을 이유로 한 유찰은 혼선을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우건설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든 판례는 ‘내역입찰’을 시행하지 않는 지역의 사건이다. 성수4지구가 속한 서울시는 공공지원 정비사업에 내역입찰을 적용해 공사비 산출근거가 되는 세부 도서를 입찰 단계에서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성남 사건에서 세부 도서가 필수가 아니었던 것은 내역입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 적용되는 판례는 오히려 정반대다. 지난 2019년 12월 서울서부지법(2019카합50613)은 공정별 도면을 내지 않은 건설사의 입찰에 대해 “참여규정이 정한 무효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제9조 역시 대안설계를 제안한 건설사가 세부 내역을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 성동구, 위반 대상을 ‘법령·정관’에서 ‘입찰지침서’로 바꿔

지난 10일 성동구는 “경쟁 입찰에 참여한 롯데건설이 제안한 ‘최저이주비 20억원 보장’이 입찰지침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내용으로 조합에 공문을 보냈다.

이에 성동구는 대법원(2013다37494) 판결을 인용해 “입찰지침서에서 정한 절차나 금지사항을 위반하고 그 위반행위가 조합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른 경우 그 결의를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판례 원문은 위반 대상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조합정관”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성동구는 이를 ‘입찰지침서’로 바꿔 적었다. 법령·정관 위반이라는 무효 요건을, 조합이 개별 입찰마다 작성하는 하위 문서인 지침서 위반으로 낮춘 것이다.

공교롭게도 공문은 대우건설 직원과 성동구 담당자의 식사 자리(영수증상 6월 9일 확인) 바로 다음날 발송됐다. 경쟁사 롯데건설의 제안을 문제 삼는 공문이 대우건설 측과의 접촉 직후에 나온 셈이다. 물론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시공자 선정 기간 중 담당 공무원과 입찰 참여사의 접촉이라는 점에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대우건설, 판례가 지목한 ‘부정행위 주체’ 뒤바꿔

해당 주무관이 대우건설 관계자와 사적으로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30일 조합원들은 성동구청을 찾아 부구청장과 면담했다. 성동구청은 해당 주무관과 팀장을 성수4지구 업무에서 배제하고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튿날인 지난 1일, 대우건설은 돌연 조합에 공문(제2026-1034호)을 보냈다. 대법원(2013다50466) 판결을 인용해 조합의 검토·감독 행위를 “매표행위에 준하는 위법”,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로 규정하고 시공자 선정 결의의 ‘무효’까지 거론했다. 총회(7월 5일)를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그러나 해당 대법원(2013다50466) 판례에서 무효를 초래한 부정행위의 주체는 ‘조합’이 아니라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였다.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개별 접촉해 서면결의서를 매수한 행위가 무효 사유로 인정된 사건인 것이다. 정작 이 사업에서 개별 접촉으로 적발된 쪽은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1차 입찰에서 조합의 개별홍보 금지 요청을 수차례 받고도 조합원을 접촉하다 적발됐고, 그 결과 입찰보증금 일부가 조합에 귀속되기도 했다.

◆ “판례 왜곡, 문서 효력까지 흔든다” 주의

한 정비사업 전문변호사는 “판례로 논리를 보강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판례의 취지를 왜곡하거나 요건을 바꿔 인용하면 문서의 신뢰성 자체가 무너진다”며 “공문에서 판례가 잘못 인용된 사실이 드러나면, 그 문서를 근거로 한 판단이나 조치의 정당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방이 문제 삼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등 별도의 법적 다툼으로 번질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공문에서 ‘무효’를 반복적으로 적시하는 것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향후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이나 무효확인의 소로 나아가겠다는 사전 포석으로 읽힐 수 있다”며 “결국 관계기관과 조합으로서는 인용된 판례가 해당 사안에 실제로 들어맞는지, 요건과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따져본 뒤에 판단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영록 로이슈(lawissue) 기자 rok@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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