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회삿돈을 개인 계좌로 빼돌리지 않았어도 유죄가 되는 순간

기사입력:2026-06-14 10:00:00
사진=박은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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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횡령과 배임은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흔한 단어다. 하지만 일상에서 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개는 회삿돈을 몰래 개인 계좌로 빼돌려 호화 생활을 누리는 범죄를 상상하곤 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영자나 실무자들은 "내가 개인적으로 착복한 돈이 단 한 푼도 없는데 설마 범죄가 되겠느냐"라며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유죄 선고를 받곤 한다.

형사사법 실무에서 작동하는 횡령과 배임의 기준은 대중의 직관과 완전히 다르다. 설령 회사를 살리겠다는 순수한 의도였거나 관행적으로 해오던 업무 처리 방식이었다 할지라도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단숨에 전과자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 횡령배임의 무서운 속성이다.

두 범죄는 바늘과 실처럼 묶여 다니지만 엄연히 법리적 성격이 다르다. 형법 제355조에 따르면 횡령은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가로채거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한다. 반면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득을 취하게 하여 원 소속처에 손해를 입힐 때 성립한다. 쉽게 말해 돈이나 물건 자체를 가로채면 횡령, 잘못된 업무 처리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면 배임이 된다.

실무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덫은 '계열사 지원'이나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자금난에 허덕이는 자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회사의 자금을 이사회 승인이나 적절한 담보 설정 없이 무상으로 대여해 주었다면 어떻게 될까? 경영자로서는 그룹 전체를 위한 결단이었다고 항변하겠지만, 법원은 모회사에 손해를 끼친 명백한 '배임죄'로 판단한다.

또한 영업상 리베이트나 급한 회사 비용을 처리하기 위해 증빙 없는 '비자금'을 조성해 둔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록 그 돈을 개인 용도로 쓰지 않고 실제 회사 업무에 전액 사용했더라도, 정상적인 회계 절차를 벗어나 자금을 추적할 수 없게 만든 순간 이미 법적으로는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 법정에서 가장 자주 내세우는 무기는 '경영 판단의 원칙'이다. 당시는 리스크가 있었지만 기업의 이익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이고 단지 결과가 나빴을 뿐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사법기관은 단순히 결과론적인 변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승소의 관건은 행위 당시의 의사결정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정당했는지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입증하는 것에 달려 있다. 투자를 진행하기 전 충분한 시장 조사와 법률 검토를 거쳤는지, 정당한 내부 결재와 이사회 통과 절차가 존재했는지, 사적인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았는지를 증명해 내야 한다. 수사기관의 프레임을 "절차적으로 정당한 합리적 경영 행위였다"는 논리로 맞받아쳐야만 무죄를 이끌어낼 수 있다.

로엘 법무법인 박은석 파트너 변호사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혹은 회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수롭지 않게 처리한 자금 집행이 상대 정적의 고발이나 주주들의 소송을 통해 횡령배임이라는 무거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기업 범죄는 피해 액수가 5억 원을 넘어가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실형 선고 가능성이 극도로 높아진다. 당시의 자금 집행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입증할 객관적 소명 자료를 정교하게 구성하는 것만이 구속과 실형이라는 파국을 막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7@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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