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던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가 연령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저연령화·지능화되는 소년 범죄의 양상앞에서 촉법 소년 기준 나이를 낮춰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죄를 지었으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인과응보적 정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요즘 소년들의 특성, 그리고 피해자가 겪는 고통을 고려할 때 이는 외면하기 힘든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가 냉정하게 자문해야 할 것은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추는 것이 과연 흉악해지는 소년 범죄를 막고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단순히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것보다 시급하고 본질적인 과제는 이미 시행 중인 소년 보호처분과 보호관찰 제도를 실효성 있게 ‘환골탈태’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혁신의 시작은 바로 소년 범죄 예방의 컨트롤타워가 될 ‘소년사법통합기관’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성인 보호관찰과의 분리
현재 우리나라 소년 사법 체계의 가장 큰 맹점은 성인 보호관찰과 소년 보호관찰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소년의 비행 동기는 성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합적임에도 소년들이 성인 범죄자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면담을 하고, 통제와 감시 위주의 성인 감독 방식을 그대로 적용받는 현재의 구조는 소년의 특성을 고려한 개별화된 처우를 어렵게 만든다.
-낙인 방지, 회복탄력성 고취
기관의 분리와 통합은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다. 소년들이 성인 범죄자와 공간을 공유하며 감독받는 환경은 스스로를 ‘사회적 낙오자’로 정의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사회적 낙인을 고착화한다. 소년사법통합기관은 이러한 낙인을 차단하고, 소년이 교육과 성행 개선을 통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범죄라는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는 전문적인 환경 조성 또한 필요하다.
-초기 개입부터 사후 관리까지
소년 비행은 단 한 번의 처벌이나 개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비행예방센터를 통한 초기 징후 포착부터 법원 처분 이후의 보호관찰, 소년원 퇴원 후의 사회정착, 재범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 개입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통합기관은 이 모든 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스템의 사각지대로 빠져나가는 소년이 없도록 촘촘한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개별 처우 실현, 다각화된 자원 활용
소년 비행의 배후에는 가정 해체, 학대, 경제적 빈곤, 또래관계 등 다양한 원인이 숨어 있다. 따라서 처우 역시 개별화·차별화가 필수다. 통합기관은 소년의 환경을 정밀 분석하여 치료, 복지, 행동 통제 등 대상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즉시 개입이 가능하다. 또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 한국형 다기관 연계(Multi-Agency)’를 통해 다각화된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처벌 너머의 무거운 책임을 고민할 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라는 논의에 앞서, 우리 사회와 국가는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을 소년으로 먼저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비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져 있는 소년들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를 먼저 반성해야 한다.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은 편하고 쉬운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소년들이 올바른 삶의 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견고한 시스템과 제도를 구축하는 일은 비록 고된 과정이 되더라도 국가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책임이자 과제이다.
보호관찰 제도는 1989년 7월 1일 소년 보호관찰을 근간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그로부터 3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지금, 비로소 성인과 소년이 분리된 ‘소년사법통합기관’의 시범운영이라는 역사적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이는 소년 사법의 대전제인 ‘범죄자이기 이전에 소년이 먼저(First Child)’라는 철학과 국가가 소년의 보호자가 되어야한다는 ‘국친사상(Parens Patriae)’을 현장에서 구현할 제도이자 실천적 도구가 될 수 있다.
-대구보호관찰소 보호주사보 구본준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기고] 촉법소년 연령 하향, ‘나이’라는 숫자보다 ‘방향’이라는 실체가 중요하다
기사입력:2026-05-26 1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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