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정부의 기준수요 전망상 국내 천연가스 수요 감소가 예고된 가운데 한국가스공사가 3조3000억원 규모의 당진 LNG터미널 확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타당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저장능력만으로도 정부 법정 비축의무량의 최대 6배를 확보한 상태에서 추가 저장시설 증설에 나서고 있어서다.
특히 가스공사가 13조원대 미수금과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5조원대 사채 원리금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LNG 터미널-에너지 안보 논리로 정당화된 비생산적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운영 중인 평택·인천·통영·삼척·제주 생산기지의 LNG 저장능력은 수요가 가장 몰리는 동절기 송출량 기준 약 38일치, 연평균 송출량 기준 약 55일치에 달한다. 이번 분석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서왕진 의원실이 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터미널별 송출량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동절기 LNG 법정 비축의무량 9일의 4~6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가스공사는 총사업비 약 3조3000억원을 투입해 당진 LNG터미널 1~3단계 사업(총 270만㎘ 규모)을 추진 중이다. 보고서는 당진 2단계가 완료되면 저장능력이 약 64일치, 3단계까지 마무리될 경우 약 67일치로 늘어 법정 비축의무량의 7배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 LNG는 '쌓아두는' 에너지가 아니다…자연증발로 매일 0.05% 손실
논란의 핵심은 LNG 저장시설 확대가 곧 에너지 안보 강화로 이어진다는 논리에 있다.
LNG는 영하 162도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특성상 장기 저장이 사실상 어렵다. 저장탱크 내부로 유입되는 열로 인해 LNG 일부가 지속적으로 기화하는 자연증발(Boil-off Gas)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육상 저장탱크(16만㎘ 기준)에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도 매일 약 0.05%가 자연 증발해 사라진다.
실제로 정부가 LNG 법정 비축 의무를 원유 비축일수 208일보다 크게 낮은 9일로 설정한 것도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고려한 결과다.
보고서는 "저장용량 확대와 에너지 안보를 동일시하는 것은 LNG의 물리적 특성을 간과한 주장"이라며 "비축일수만 늘린다고 에너지 안보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수요 전망 놓고는 해석 갈려…기준수요 16.5% 감소 vs 수급관리수요는 '유지'
수요 전망도 쟁점이다.
정부의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2023)에 따르면 국내 천연가스 기준수요는 2023년 4509만톤에서 2036년 3766만톤으로 약 16.5% 감소할 전망이다. 다만 감소는 발전용(2289만톤→1109만톤, 연평균 5.42% 감소)에 집중돼 있고, 도시가스용 수요는 같은 기간 2220만톤에서 2657만톤으로 오히려 연평균 1.3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같은 계획에서 GDP·기온 등 변동성을 반영한 '수급관리수요'는 2023년 4662만톤에서 2036년 4580만톤으로 연평균 0.14% 감소에 그쳐 사실상 현 수준이 유지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계획에서 "수급관리수요는 천연가스 인프라 확충 및 필요시 장기 도입계약 등에 활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진 터미널 증설 역시 이 계획에 '2030년까지 270만㎘ 저장용량 확대' 사업으로 명시돼 있는 국가 계획상의 사업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가스공사 개별 투자 판단을 넘어 정부 수급계획상 인프라 확충 기조 자체의 타당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민간 임대로 사업비 회수"…현재 민간 임차 비율은 3~11%
사업비 회수 계획의 현실성도 도마에 올랐다.
가스공사는 당진 터미널 용량의 절반가량인 135만㎘를 민간에 임대해 사업비를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가스공사 전체 저장용량 중 민간 임차 비율은 3~11% 수준에 그친다. 향후 가스 수요 감소와 맞물릴 경우 당진 터미널이 활용도 낮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사업을 둘러싼 외부 검증 절차도 이미 한 차례 진행된 바 있다. 지난해 3월 시민단체는 당진 터미널 사업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당시 가스공사는 "당진 2단계 사업은 장기 수요 전망뿐 아니라 천연가스 도입 비용 절감과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 수급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미수금 13조원대·1년 내 사채 원리금 5조원대…재무 부담 속 투자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가스공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민수용 도시가스 원료비 미수금은 지난해 말 13조8649억원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13조3717억원으로 회수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13조원대 규모다. 여기에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사채 원리금만 5조2444억원에 달한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96.6%에서 올해 3월 말 371.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자본의 4배 가까운 부채를 안고 있는 상태다.
재무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저장능력이 이미 법정 기준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3조3000억원 규모 설비 투자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문보경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미 충분한 수준을 넘어선 저장능력과 향후 수요 감소 전망을 고려하면 당진 LNG터미널 3단계 확장은 명분 없는 예산 낭비에 가깝다"며 "과잉 저장용량은 저활용 설비와 좌초자산 위험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저장능력 이미 법정 기준 6배인데…가스공사, 3조3천억 당진 LNG터미널 증설 논란
LNG 저장능력 최대 55일치…법정 비축의무의 6배3단계 완공 시 7배 넘어…"에너지 안보 아닌 좌초자산 우려" 기사입력:2026-06-11 1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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