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출신의 임상건강심리학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활동 중인 임상심리사 세바스티앙 몽텔(Sebastien Montel) 박사는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 기고를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혐오와 공격적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했다. 몽텔 박사는 해당 현상을 디지털 시대의 주요 사회적 위험으로 지목했다.

<사이콜로지 투데이>에 게재된 임상심리사 세바스티앙 몽텔(Sebastien Montel) 박사의 기고에 따르면, 익명성과 탈개인화, 알고리즘 기반의 보상 구조가 결합돼 온라인 공간에서의 공격성과 혐오 표현이 구조적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몽텔 박사는 사회적 단서 부재와 즉각적 보상 순환이 이용자의 공감 능력과 책임감을 약화시킨다며, 공감 교육 강화와 플랫폼 설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이용자 41% 온라인 괴롭힘 경험"... 정신건강 영향도 심각
인터넷 환경은 대면 상황에서는 쉽게 꺼내지 못할 표현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악성 리뷰, 혐오 댓글, 온라인 괴롭힘 등 다양한 형태의 적대적 행동이 그 결과물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2021)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 이용자의 약 41%가 온라인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낮을수록 피해 비율은 더 높았다. 5064세 이용자의 30%가 온라인 괴롭힘을 경험한 반면, 3049세는 49%, 18~29세는 64%에 달했다.
온라인 리뷰 상당수 역시 분노 표출이나 보복을 목적으로 공격적·적대적 어조를 띠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66%는 '독성 온라인 환경(toxic online environments)'에 노출된 이후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현실에서는 하지 않을 말을 온라인에서는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 것일까?
■ 온라인 탈억제 효과... "익명성·거리감이 공격성을 키운다"
심리학은 이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온라인 탈억제 효과(online disinhibition effect)'를 제시한다.
화면 뒤에 있는 이용자들은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고 즉각적인 결과로부터 분리돼 있다고 느끼기 쉽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존재감(sense of invisibility)'은 평소라면 억눌렀을 감정과 의견을 과감하게 표출하도록 만든다.
또한 상대방의 표정이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환경은 공감 능력을 약화시키고, 더 거칠고 공격적인 언어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사회적 단서의 부재와 물리적 거리는 개인의 책임감마저 무디게 만들어, 자신의 발언이 상대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을 인식하기 어렵게 한다.
■ 혐오의 '전염 효과'... 알고리즘이 공격성 확산을 가속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 표현이 번지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 현상이다.
다른 이용자가 공격적 행동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면 이를 모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해당 행동이 제재받지 않거나 오히려 주목을 끌 경우, 공격적 표현은 빠르게 퍼진다.
여기에 자극적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는 플랫폼 알고리즘이 더해지면 혐오 표현은 더 넓게 확산되고, 정상적인 소통 방식으로 인식될 위험도 커진다.
■ 탈개인화, "군중 속 개인, 책임감을 잃는다"
또 다른 핵심 개념은 '탈개인화(deindividuation)'다. 온라인 환경에서 개인은 거대한 집단 속에 묻히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책임감이 약화된다. 닉네임이나 아바타 뒤에 숨을 수 있는 구조는 이러한 경향을 한층 강화한다.
그 결과 평소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규범과 동떨어진 행동이 나타나고, 충동성과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사회적 시선과 책임 구조가 온라인에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 "좋아요·공유가 보상"... 혐오 발언을 강화하는 '피드백 루프'
온라인 상호작용의 또 다른 특징은 '즉각적 보상(instant gratification)' 구조다.
혐오 발언이 '좋아요', 공유, 댓글 등으로 즉각적인 주목을 받으면, 그 반응은 일종의 보상으로 작용해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도록 강화한다. 이 같은 보상 순환 구조(reward loop)는 부정적 언어 사용을 고착화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 혐오 표현, 표현의 자유인가... 윤리와 민주주의의 과제
온라인 혐오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윤리, 그리고 언어의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언어가 사회적 위계를 유지하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수행적 효과를 지닌다고 보았다.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는 공론장의 정당성이 상호 존중과 혐오 배제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어는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권력이 작동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혐오 표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힘을 얻고 있다.
■ 해법은 "공감·책임·플랫폼 설계"... 자유와 보호의 균형이 필요하다
몽텔 박사는 온라인 혐오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용자의 공감 능력 강화, 온라인 행동에 대한 책임성 확대, 악의적 익명성을 제한하는 플랫폼 설계 개선이 그것이다.
결국 핵심 과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이다. 자유로운 의견 표현을 보장하되,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언어와 행동을 막는 윤리적 기준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 "건강한 디지털 공론장, 심리 이해에서 출발한다"
온라인 혐오 행동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심리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작업은 단순한 원인 분석을 넘어, 존중과 책임에 기반한 건강한 디지털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화면 뒤의 증오'를 줄이는 해법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결국 사람과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원문 기사 출처
"The Hate Behind the Screen" Sebastien Montel, Ph.D., 2026.02.10. Psychology Today.
▶ 원문에 언급된 출처
- Pew Research Survey (2021). The State of Online Harassment. Emily A. Vogels, 2021.01.13.
- Butler, J. (1997). Excitable Speech: A Politics of the Performative. New York: Routledge.
- Habermas, J. (1990). Moral Consciousness and Communicative Action (C. Lenhardt & S. W. Nicholsen, Trans.). MIT Press.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 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 내 스트레스·인력 유지·조직 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