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수용자 인권은 꾸준히 강조되지만, 범죄자를 상대하는 공무원 인권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이에 이공주(상지대) 교수는 '수용자 고소권 남용 예방과 피고소인 권리보호'(<경찰학연구>) 연구를 통해 국내 고소권 남용의 원인과 기존 대응책의 한계를 짚고, 수용자의 악의적 고소를 줄이는 예방책과 무고하게 고소당한 공무원의 권리 보호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공주 상지대 교수(2025) 연구에 따르면 수용자의 고소권 남용이 교정공무원의 형사절차 강제 편입과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무분별한 고소가 수사력 낭비를 초래하고 공무집행을 위축시킨다"며 "진정전치주의 도입과 국선변호인 지원 등 예방책과 사후보호 장치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출처= 유튜브 '교정본부TV' 홍보영상 중 캡처
이미지 확대보기연구는 고소권 남용의 핵심 문제로 '형사절차에 강제 편입'되는 피고소인의 부담을 꼽았다. 고소가 제기되는 순간, 피고소인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형사절차의 당사자가 되고 사회생활의 제약과 심리적 압박을 감수해야 한다. 정당한 공무집행을 했더라도 고소가 접수되면 조사·답변서 제출 등 절차 부담이 따르며, 현장 공무원의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또한 '관행적' 전건입건(수사기관이 접수한 고소·고발 사건을 선별 없이 접수와 동시에 입건해 처리하는 제도. '선별입건제'는 접수된 고소·고발 중 수사할 사건을 선택해 입건하는 제도)은 "고소하면 수사기관이 자동으로 수사를 시작해 상대를 압박해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키워, 사적 분쟁의 형사화와 '고소 만능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건입건 관행 속에서 무분별한 고소는 수사력·사법력 낭비로 이어지고, 불복절차(항고·재항고·재정신청·헌법소원 등)가 반복되면 사건 해결 비용은 급증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무고죄 성립이 쉽지 않다는 점도 남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불기소 처분이 나더라도 '허위 인식'과 '고의'를 입증하기 어려워 "일단 고소부터 하고 보자"는 인식이 확산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사건의 경우 고소인에게 비용 부담을 명확히 지우는 규정이 미비한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 교정 현장에선 '수용자 고소권 남용'이 더 심각…"협상 수단으로 악용"
연구는 특히 수용자 집단에서 고소·진정·청원·정보공개 청구·소송 등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경향을 지적했다. 일부 수용자는 담당 공무원을 시험하거나 압박해 처우상 이익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고소를 '협상 수단'처럼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경찰·교정공무원이 수용자로부터 잦은 고소를 당하고 있지만 남용 실태를 공식적으로 입증할 통계 자료는 전무한 상태다. 경찰공무원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공식 통계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또 상부가 '문제 확산'을 우려해 담당 공무원에게 저자세로 수용자를 설득하도록 유도하는 관행이 있다면, 수용자에게 "고소하면 뭔가 얻는다"는 학습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법무부 청원, 각종 소송을 함께 남용하는 경우도 많아, 현장 공무원의 업무 부담과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피고소 공무원은 '수사관→피의자'…신분·정신건강·사회관계까지 흔들
수용자의 고소가 제기되면, 경찰공무원은 '수사관'에서 한순간에 '피의자'가 된다. 현장 진압 과정에서 몸싸움이 불가피했더라도, 수용자가 폭행으로 고소하면 정황상 무혐의가 예상되는 사건에서도 검찰 조사·재판 대응이 이어질 수 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본업이 중단되고, 시간·정신적 비용이 누적된다.
교정공무원의 경우에도 수용자 폭력·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연구는 이런 위험이 누적되면 공무집행이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공권력 실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 기존 대책의 한계…훈령·규칙만으로는 현장 적용 어렵고 민원 부담만
경찰은 '고소 사건 선별수리' 등 제도 개선을 시도해왔지만, 연구는 제도적 한계를 짚었다. 고소권은 기본권 성격을 갖는 만큼 제한에는 사회적 합의와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지침·내규·행정규칙 중심으로 운영돼 근본적 해결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소 반려 제도는 고소인 동의가 필요해 실효성이 떨어졌고, 반려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2023년 고소 각하 제도가 신설됐지만, 고소 각하 제도 역시 훈령(범죄수사규칙) 수준에 머물러 고소권 침해 논란과 현장 부담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담당 경찰관이 각하 결정을 내릴 경우 항고·진정 등 후속 민원에 노출될 수 있어, 제도가 있어도 실제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 현실적 대안은 "예방+필터링+사후 보호"…윤리·준법 교육, 진정전치주의, 심리지원·국선변호인 제안
연구는 고소권 남용을 줄이기 위해 사전 통제만큼이나 사후 보호장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째, 일반인 및 수용자를 대상으로 윤리·준법 교육 및 법률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해 허위 고소와 무분별한 항고의 위험과 책임을 인식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교육만으로 남용을 직접 억제하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 수용자의 고소 제기 전에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먼저 거치도록 하는 '진정전치주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진정 단계에서 명백히 이유 없는 주장이나 상습 남용을 걸러낼 경우, 수사력이 필요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고 사법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인권위 결정이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진정이 각하·기각되더라도 곧바로 행정쟁송(행정작용으로 권리·이익을 침해받은 자가 구제받기 위해 제기하는 절차)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형사절차에서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셋째, 경찰·교정공무원을 위한 심리치료 및 동료지지 프로그램 도입 필요성도 언급됐다. 미국에서는 조직 내부의 동료지지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고, 상담사들이 위기개입, 외상성 스트레스, 자살 위험 징후 등을 교육받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동료 경찰관보다는 퇴직 경찰관들의 지지상담 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넷째, 공무집행 중 발생한 사건으로 공무원이 부당하게 고소당한 경우에도 국선변호인 선정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공공기관 고문변호사는 기관의 법률대리 역할에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개인 공무원이 민·형사 사건을 사실상 개인 비용으로 감당하는 현실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무분별한 적용을 막기 위해 신청 사건에 한해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고, 무죄·혐의없음 등 적법한 공무집행이 확인된 경우에 한정하는 한편, 유죄 확정 시 비용 환수 절차를 두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연구는 "수용자 인권 보호와 공무원 권리 보호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무고성 고소와 남용이 반복되는 구조를 방치할 경우 현장 공권력이 위축되고, 결국 시민 안전과 교정·치안 시스템의 신뢰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안전망을 정비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연구논문
이공주(2025). 수용자 고소권 남용 예방과 피고소인 권리보호. 경찰학연구, 25(4), 91-114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 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