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울산지법 형사4단독 임정윤 부장판사는 2026년 1월 27일 사업장 내 안면인식 출입시스템 설치와 CCTV 기능이 있는 화재감지기 설치에 반발해 관련 설비를 떼어내거나 손괴해 업무방해,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전국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전 지부장 등 전직 노조 간부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 이후로는 2024. 10.경 노사가 협의해 이 사건 안면인식기의 카메라 부분을 가리고 출입을 태깅 방식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출퇴근 내역이 관리되고 있다.
1심 단독재판부는, 기기들의 가동이 임박했음이 예정된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한 행위는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 긴급성과 보충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사회통념과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피고인들의 행위는 안면인식기와 CCTV 기능이 있는 화재감지기의 설치를 두고 노사가 대립하다가 사측이 그 설치를 강행했고, 이러한 사측의 행위가 관련 법령에 비추어 볼 때 위법하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권리의 침해를 막고자 한 대응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정당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시했다.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를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사회상규에 의한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로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위 ‘목적․동기’, ‘수단’, ‘법익균형’, ‘긴급성’, ‘보충성’은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하나의 행위를 이루는 요소들로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피해자 회사 사내협력업체 대표들은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의 출입관리, 보안 및 추가 공수 관리 등을 위해 눈, 코, 입 등의 위치 정보(안면 정보)를 활용해 출입자와 등록이 허용된 사람의 동일성 여부를 식별하는 안전출입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기로 결정한 후, 비용문제로 피해자 회사측에 위 시스템을 설치해 임대해 줄 것을 요청했고, 피해자 회사 측은 이를 받아들여 2024. 초경부터 위 시스템 설치 작업에 착수했다.
이 사건 현중지부 측은 사측이 위 시스템을 활용하여 근로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한다며 그 설치에 반대했고, 지부장인 피고인 A는 이 사건 지부 간부들에게 이를 철거할 것을 지시했으며, 이 사건 지부 간부들인 피고인 B 등은 이에 동의하여 피해자 회사가 설치한 위 시스템을 손괴하기로 공모했다.
피고인들은 2024. 4. 8.경부터 같은해 4. 22.경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협력업체들 사무실이나 탈의실 등 그곳 외벽에 설치된 안전출입시스템의 브라켓, 전선 및 통신 단자 등을 떼어내는 등 수백 만 원 상당의 재물을 손괴하고 위력으로 피해자 회사의 안전출입시스템 관리업무를 방해했다.
-또 피해자 회사는 2024. 1.경부터 소방청의 화재방지 대책 마련 권고에 따라 불꽃감지기능 및 CCTV 녹화기능이 있는 화재감지기를 설치하게 됐고, 현장에서 화재 발생 등으로 불꽃이 감지되어 화재 신호가 들어올 경우에 화재 신호 10분 전부터 CCTV 녹화기능이 활성화되도록 이를 설정하기로 했다.
지부 측은 사측이 위 화재감지기에 내장된 CCTV를 이용하여 근로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한다며 그 설치에 반대했고, 지부장인 피고인 A는 위 지부 간부들에게 이를 철거할 것을 지시했으며, 위 지부 간부들인 피고인 B 등은 이에 동의하여 피해자 회사가 설치한 위 화재감지기를 손괴하기로 공모했다.
이에 피고인들은 2024. 4. 11.경 피해자 회사 통합내자창고에서 화재감지기 단지함 내 통신선 등을 절단해 수리비 243만 원이 들도록 재물을 손괴하고 위력으로 피해자 회사 화재감지기 관련 업무 등을 방해했다.
이 사건 지부는 그 산하에 현○일렉트릭지회, 현○건설기계지회, 현○로보틱스지회, 사내하청지회 및 일반직지회 등 5개 지회가 있다.
피해자 회사는 2024. 4. 19. 이 사건 지부 및 피고인 A 등 4명을 산대로 출입시스템 해체, 손괴행위에 대한 금지를 구하는 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2024. 7. 3. ‘사전 예방적조치로서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명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보다 신중하여야 할 필요가 있으며, 본안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가처분으로써 위 행위의 금지를 명하여야 할 피보전권리나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해자회사의 신청을 기각했고, 그 무렵 위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다.
1심 단독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협력업체들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이 사건 동의서 양식을 받아 전체의 90%가 넘는 근로자들로부터 동의서를 제출받았으나,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법이 정한 동의에 관한 절차와 내용을 온전히 준수했다고 보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고, 또 피해자 회사는 CCTV 기능이 있는 화재감지기를 개인영상정보의 주체가 되는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설치했는데, 이 또한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정한 개인정보 수집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로 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는 사용자와 비교하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므로 사용자의 요구에 의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근로자가 갖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그 보호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동의서는 생체인식 정보와 같은 민감정보뿐만 아니라 이를 포함하여 수십여 가지의 개인정보, 고유식별정보 항목에 대한 각 협력업체의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더 나아가 원청회사 등으로의 제3자 제공동의를 요구하고 있어 필요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한 것이라 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그 정보의 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근로계약 등의 이행과 관련하여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 한편, 피고인들이 제출한 증거 및 증인 오OO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실제 근로자들이 동의서를 작성할 때 총무 등으로부터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원청회사에서 휴가비, 귀향비 등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등의 설명을 들었다는 것인데, 사정이 이와 같다면 근로관계의 일방당사자인 근로자들로서는 사측이 요구하는 이 사건 동의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각 개인정보의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 안면인식기 및 CCTV 기능이 있는 화재감지기는 근로자 감시 설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이를 설치할 때 근로자참여법이 정한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지부가 사전에 설치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노사협의회에서 이를 논의한 바가 없기도 하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에서 대법원은 그 공소사실 중 일부에 관하여, 사측이 설치한 CCTV가 작동되지 않거나 시험가동만 한 상태에서 근로자들이 CCTV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운 데에 대하여 당시 근로자들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면서, 위 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다.
그러나 위 판단 부분은 문제가 된 해당 CCTV들이 공장부지 외곽 울타리를 따라 설치된 것으로 울타리를 중심으로 공장부지 외부와 내부를 함께 찍는 것으로서 근로자들에 대한 촬영 및 식별 가능성과 근로자들의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사정이 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이고, 안면인식기를 통해 다수 근로자들의 안면인식 정보가 직접 수집될 상황이 임박했거나 근로자들의 근로 공간인 창고 내를 직접 촬영할 가능성이 있는 이 사건과는 그 사실관계가 달라서 위 판결에서의 위 판단 부분을 이 사건에 원용하여 정당행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울산지법, 사업장 내 안면인식 출입시스템 설치 등 반발 손괴 현중지부 전 간부 13명 무죄
근로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권리의 침해를 막고자 한 대응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정당행위'로 인정 기사입력:2026-01-29 12: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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