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성범죄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 기준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 형법 제298조에 명시된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사람을 추행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흔히 폭행이나 협박을 물리적인 가해나 위협으로만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 법원에서 인정하는 범위는 일반적인 인식보다 훨씬 넓고 유연하다.
김태규 변호사(형사법 전문/법무법인 강남 안산분사무소)는 “강제추행죄에서 폭행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일 필요가 없으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것만으로도 그 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때리거나 억압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가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 강제로 이루어졌다면 그 자체에 폭행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이른바 ‘기습추행’ 상황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기습추행은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접촉을 말한다. 대법원은 가해자가 사전에 피해자를 위협하거나 폭력을 쓰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접촉을 시도한 것 자체가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적 행위’라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일상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찰나의 접촉이라도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김태규 변호사는 “과거에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힘으로 제압하거나 반항하지 못하게 억누르는 등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해야 강제추행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많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갑작스럽게 신체를 만지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법적 의미의 폭행이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의 허락 없이 신체적 자유를 침해했다는 사실 자체가 유죄를 결정하는 실질적인 기준이 된 것이다.
강제추행죄가 인정될 경우 형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취업 제한 등 사회적 제약이 따르는 보안처분이 병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피해자가 아동이나 청소년일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가중되며, 죄질에 따라 초범이라 하더라도 엄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건 대응 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히 자신의 ‘선의’만을 강조하는 태도이다. "친근함의 표시였다"거나 "실수였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원은 가해자의 주관적인 의도보다는 접촉 부위, 당시 상황, 피해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인 정황을 토대로 성적 수치심 유발 여부를 판단한다.
김태규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는 당시 신체 접촉이 일어난 구체적인 경위를 밝혀 그것이 ‘성적인 의도’가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만원 지하철에서 인파에 밀려 몸이 부딪혔거나, 의료 혹은 안전 조치 등 정당한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접촉임을 증명하는 식이다. CCTV나 목격자 증언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당시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목적이 없었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결국 강제추행 혐의에 직면했을 때는 감정적인 대응을 지양하고, 수사 초기부터 당시 상황을 법리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신체 접촉이 발생한 시점의 앞뒤 상황을 복기하여 그것이 고의성이 없는 정당한 행위였는지, 혹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우발적 상황이었는지를 명확히 구분하여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강제추행죄 성립의 핵심 ‘폭행과 협박’, 사법부의 폭넓은 해석 기준 유의해야
기사입력:2026-01-16 11: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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