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순간,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이혼해야 하는가"이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이혼을 원하지 않거나 아직 이혼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상간소송을 먼저 검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간소송은 배우자의 부정행위 상대방인 제3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절차로서 민법 제750조 및 제751조에 기초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에 해당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배우자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 역시 문제될 수 있다. 이 청구는 반드시 이혼을 전제로 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배우자에 대한 용서와 상간자에 대한 책임 추궁은 동일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배우자를 용서했다는 사정만으로 상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당연히 소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저질러 혼인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그로 인해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경우 원칙적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상간소송은 감정적 보복의 수단이 아니라 혼인생활의 침해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 절차이다. 다만, 부정행위 당시 이미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안에서는 혼인관계의 실질과 파탄 시점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실무상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상간소송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멸시효이다. 상간소송의 소멸시효는 부정행위 사실과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부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다(민법 제766조). 이혼 여부를 두고 오랜 시간 고민하는 사이 정작 상간자에 대한 청구 기간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혼 여부를 두고 오랜 시간 고민하는 사이 정작 상간자에 대한 청구기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혼을 결심하지 못한 단계라 하더라도 법적 검토는 미리 받아둘 필요가 있다.
상간소송은 관계의 재발을 억제하는 현실적 기능도 한다. 소송이 제기되면 상간자 입장에서는 위자료 지급 가능성과 법적 분쟁의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이후에도 배우자와의 관계를 지속하려는 시도에 심리적·현실적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실무에서는 소송 제기나 합의 과정에서 부정행위 중단, 연락 금지, 재발 방지와 관련한 조건을 함께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러한 조치의 실효성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문구 구성과 이행 확보 방안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배우자와의 합의가 있었다고 하여 상간자에 대한 청구가 곧바로 차단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4므14938 판결의 사안에서도, 원심은 배우자와 상간자가 당초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부담하되 배우자가 일부를 지급한 만큼 상간자의 채무도 그 범위에서 소멸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상간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이를 수긍하였다. 따라서 배우자로부터 이미 일정한 위자료를 지급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상간자에 대한 청구가 당연히 전부 소멸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실제로 어느 범위까지 청구가 가능한지는 합의 문구, 지급액, 전체 손해액의 평가, 공동불법행위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혼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람이 상간소송을 먼저 선택하는 데에는 절차적 이유도 있다. 이혼소송은 재산분할, 양육권, 양육비, 친권, 면접교섭 등 다양한 쟁점이 한꺼번에 얽히면서 절차가 길어지고 감정적 소모도 커지기 쉽다. 반면 상간소송은 혼인관계 자체에 대한 결론을 바로 내리지 않더라도 제3자에 대한 법적 대응부터 우선 진행할 수 있어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확보하면서도 필요한 법적 조치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다만 이혼 없이 상간소송만 진행하는 경우와 이혼소송과 함께 상간 문제를 다투는 경우는 관할 법원, 주장 구조, 증거의 수집 및 제출 방식, 입증의 초점 등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상간소송에서는 부정행위의 존재, 혼인관계의 실질, 상대방의 고의 또는 과실, 확보된 자료의 적법성과 증명력 등이 핵심 쟁점이 된다. 인터넷이나 주변 조언만으로 대응 방향을 정하기보다는 현재 혼인 상태와 향후 계획까지 함께 고려하여 구체적인 법률 검토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피해는 반드시 이혼이라는 선택으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이혼을 결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대응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시효와 증거의 문제를 고려하면 이혼 여부와 별개로 초기에 법적 검토를 받아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감정에 휩쓸려 성급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과 향후 선택을 충분히 고려한 뒤 가장 적절한 대응 방식을 선택하는 일이다.
필자 약력
윤선우 변호사(법무법인(유)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와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Kim & Chang)에서 10여 년간 기업법무, 민·형사, 행정 소송과 자문을 담당했다. 현재는 법무법인(유)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로 부동산·건설 분야에 주력하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재개발·재건축, 부동산신탁, 상가·주거 임대차, 개발사업 인허가, 대규모 부동산 거래 및 분쟁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또한 가사·상간 분쟁 특화 법률 실행 플랫폼 '상간자닷컴'을 운영해 사건 초기 증거 확보부터 합의·소송·이혼 연계 대응까지 단계별 맞춤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기고] 배우자 용서와 상간자 책임은 별개… 상간소송 소멸시효 주의해야
기사입력:2026-04-16 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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