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잘 자라던 나뭇가지가 어느 날 갑자기 옆집 담장을 침범한 것을 확인한 경우 우리는 대개 눈에 보이는 가지를 쳐내려고 생각할 뿐, 가지가 뒤틀린 진짜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사실 가지가 잘못 자라게 된 것은 어느 한순간의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 나무가 뿌리 내린 토양의 영양 상태나 햇빛을 가로막는 주변 환경이 있을 확률이 높을 텐데 말이다.
필자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에서 소년 보호관찰 업무로 첫 근무를 시작한 이후 법원 심리에 앞서 비행 소년의 양형 자료로 활용되는 소년 결정전 조사서를 작성하며 소년들의 생활환경을 조사하며, 소년수강명령을 1만2000시간 이상 집행하는 등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 상담해 왔다.
물론 모든 경우가 같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었다. 아이의 비행 뒤에는 크고 작은 ‘토양과 햇빛 그리고 나무 사이 관계의 균열’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균열을 무시한 채로 보호관찰명령으로 아이를 지도하고, 수강명령으로 아이를 교육해서 청소년 비행이 단번에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청소년기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여 현장은 소년에 대한 지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년이 상담 시간에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집에 돌아가 변하지 않는 토양과 햇빛을 마주하면 그 다짐을 오래 버티기 어렵다.
나무의 가지를 잘라내고 다듬는 것만으로는 완벽해지지 않는다. 소년의 뿌리가 내린 흙을 다지고, 소년에게 볕이 잘 들도록 소년을 에워싼 환경을 함께 바꿔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준법지원센터에서는 법원 명령에 따라 비행 청소년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보호자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혹자는 “잘못한 것은 아이인데 왜 부모가 교육을 받아야 하나?”라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아이가 홀로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과 한그루의 나무가 비바람에 쓰러질 때 나무 탓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법무부 보호자 특별교육은 책임을 부모에게 전가하는 제도가 아니라, 함께 책임을 나누자는 사회적인 제안이며 아이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세우는 일에 가정과 국가가 동행하는 제도이다. 보호자 교육의 본질은 청소년기의 특성과 같은 지식을 전달하면서, 한편으론 공감적 대화 기술, 디지털 환경 속 자녀 지도 방법 등 가족 내 소통 역량 강화를 통해 내 아이가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부모가 아이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는 훈련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보호자 특별교육은 아이의 부모를 벌하는 제도가 아니라 아이를 지키기 위한 제도이다. 아이의 변화를 돕기 위해 어른이 먼저 배우겠다고 나서는 자리이다. 그리고 그 작은 배움이 쌓일 때, 한 아이의 선택이 달라지고, 그 변화는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태풍이 와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 아이가 흔들리고 있다면, 그것은 아이를 탓할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뿌리를 점검해야 할 시간이다. 처벌의 그림자에서 회복의 빛으로 가는 길, 소년의 성장을 위해 그 뿌리를 단단하게 다지는 귀중한 여정에 법무부 보호자 특별교육이 동행하고 있다.
-서울남부보호관찰소 김진미 계장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기고]법무부 보호자특별교육, 소년 사범의 성장을 위한 마중물
기사입력:2026-04-20 10: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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