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직무대행 송수진)에서 채용 면접을 앞둔 지원자에게 내부 연구 문서가 유출되는 초유의 보안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원장 퇴임 이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직무대행만 3차례 바뀌는 등 유례없는 리더십 공백이 부른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15일 알리오 경영공시에 따르면 한국한의약진흥원 감사실이 2025년 8~9월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 내부 직원 2명은 채용 면접 예정자에게 내부 연구 결과 문서를 무단으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문서는 기관 내부에서만 활용돼야 할 연구 자료로, 외부 제공을 위한 공식 승인이나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채용 직전 벌어진 문서 ‘유출’… 공정성 훼손 우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문서 유출 시점이다. 감사보고서상 해당 자료는 채용 면접을 앞둔 시기에 전달됐다 . 채용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와 별개로, 내부 연구 문서가 면접 예정자에게 사전 제공됐다는 사실 자체가 공정 경쟁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공기관 채용은 절차의 투명성과 정보의 비대칭 해소가 핵심인데, 특정 지원자에게만 내부 연구 자료가 제공됐다면 채용 과정 전반의 신뢰성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 보안 사고 아닌 내부 통제 ‘실패’

감사 결과는 이번 사건을 일회성 실수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감사는 부패 행위 신고를 계기로 시작됐으며, 문서 유출 외에도 자산 관리 부실이 함께 적발됐다. 일부 부서에서는 자산 인식표를 임의로 부착하거나, 장비 구입 시 과거 구매 가격과의 비교 절차 없이 예산을 집행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내부 통제와 관리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느슨하게 작동해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 문서 관리, 채용 보안, 자산 통제가 각각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관리 실패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1년 새 수장 4번 교체… 리더십 공백이 부른 ‘기강 해이’

지난해 8월 정창현 원장 퇴임 이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원장 선임이 지연되고 직무대행만 3차례(신제수·이화동·송수진) 바뀌는 유례없는 리더십 공백 사태는 결국 조직 전반의 모럴 해저드로 이어졌다. 감사 기간인 2025년 8월~9월은 수장이 또다시 교체되는 시기와 맞물려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 틈을 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을 멈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자산 인식표 임의 부착이나 과거 구매 가격 비교 절차 누락 등은 고도의 비리라기보다, 조직을 장악할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안일함이 만연해 발생한 '관리 부실'의 전형으로 풀이된다.

◆ 징계 13건이 끝?… ‘컨트롤 타워’ 부재가 만든 관리 사각지대

감사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징계 2건, 주의 4건 등 총 13건의 처분을 내렸으나 , 단순한 처벌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잦은 리더 교체 과정에서 중간 관리자들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며 발생한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문건 유출은 리더십 공백기에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진흥원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인의 업무 과실로 축소하거나 ‘꼬리 자르기’식으로 덮으려 한다면, 조직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논란만 장기화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