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용차 정책으론 안 된다”...오토바이 별도 단속·교육 시급
- 시간 압박·위반 전력 있으면 오토바이 난폭운전 더 심해져
국내 이륜차 등록대수는 2012년 209만 대에서 2020년 228만 대까지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영업용 오토바이 운행량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난폭·위험운전, 과속, 신호위반 등 위법행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졌다. 실제 통계에서도 증가세가 확인된다. 자동차 사고는 2019년 20만 8,702건에서 2020년 18만 8,396건으로 감소한 반면 이륜차 사고는 2만 898건에서 2만 1,258건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사망자 역시 498명에서 525명으로 늘어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2021)에 따르면, 배달용 오토바이 사고율은 택시의 7배, 개인 오토바이보다 15배 이상 높았다. 특히 교통법규 위반의 65.6%는 신호위반이 차지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실제로 더 난폭하고 위험한 운전을 할까? 오토바이 운전자는 승용차 운전자에 비해 운전습관이나 태도가 더 나쁠까? 부정적인 운전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는 차이가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알아보기 위해 강지현(울산대) 교수는 <난폭운전 경향에 대한 연구: 오토바이 운전자와 승용차 운전자의 비교를 중심으로 (한국경찰학회보)>를 통해 오토바이 운전자의 난폭운전 경향과 영향 요인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승용차 운전자와의 차이를 비교했다.

강지현(2023) 연구에 따르면 오토바이 운전자의 난폭운전 경향 점수는 승용차 운전자의 1.4배에 달하며, 15개 위험행동 항목 중 14개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오토바이의 단속 회피 용이성과 시간 압박, 위반 전력 등이 난폭운전을 부추긴다고 진단하며, 승용차와 분리된 전용 단속·교육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난폭운전은 일반적으로 “고의로 타인에게 위험을 초래하거나 위협하는 운전행동”을 뜻한다. 특정 위반행위 몇 가지가 아니라, 전반적인 운전 태도와 경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미국에서도 폭넓게 정의되며, 경우에 따라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의 행위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관련 개념으로는 ‘운전분노(driving anger)’ (감정 상태), ‘난폭운전(reckless/aggressive driving)’ (교통법규 위반 중심), ‘로드 레이지(road rage)’ (차량·위험물건을 이용한 폭행 등 형사범죄)가 있다.
국내 도로교통법 제46조의3 역시 미국 규정과 유사하게, “타인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위협·위해·교통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난폭운전으로 규정하며 차선 변경, 앞지르기 위반, 신호·지시 불이행 등 구체적 위반내용을 포함한다.
2015년 8월 난폭운전 금지 조항이 신설된 이후 관련 처벌 근거가 강화되었지만, 법은 측정하기 어려운 운전자의 ‘의도’를 위반행위의 반복성으로 대체하는 한계가 있어 실제 단속에서는 여전히 차량 속도, 거리, 도로 상황, 교통 환경, 위반의 구체적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법적 위반 여부 대신 운전경향 자체를 측정하는 자기진단 척도를 사용했다.
■ 15개 항목의 ‘위험·난폭 운전경향’으로 측정
본 연구는 ① 오토바이 운전자의 난폭운전 경향 전체 수준, ② 승용차 운전자와 비교했을 때의 차이, ③ 난폭운전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 ④ 위험 요인이 이륜차·승용차 그룹에서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조사는 오토바이 307명, 승용차 908명 등 총 1,2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난폭운전은 도로교통법 제46조의 3(난폭운전 금지조항)의 내용을 반영해 신호위반·앞지르기·중앙선 침범 등 위험운전 행동을 포괄한 15개 항목으로 ‘위험·난폭 운전경향’을 측정했다.
■ 오토바이 난폭운전 경향, 승용차보다 확연히 높아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오토바이 운전자의 난폭운전 경향은 승용차보다 전반적으로 높았다. 15개 항목 합산 결과, 오토바이 운전자의 평균 점수는 65.71점, 승용차 운전자는 45.11점으로, 둘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차선 변경·안전거리 미확보·무리한 끼어들기·과속·신호위반·중앙선 침범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는 것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난폭·위험운전 특성을 정책적으로 분리해 다룰 필요성을 시사한다.
오토바이는 구조상 무인단속 카메라가 차량 번호판을 인식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단속 회피가 쉽다.
이 때문에 ‘오토바이 전면 번호판 부착 의무화’가 정책적으로 제기됐으나, 부착 시 충돌 사고 위험 증가 가능성과 제조사에서 전면 번호판 부착을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된다는 점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배달용 오토바이에 한해 충격 완화 소재의 경량 번호판을 부착하는 절충안도 거론된다.
■ 교통단속 적발률·시간 압박·타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모두 높아
과속, 음주, 난폭 및 보복 등의 교통단속 적발 경험의 차이도 뚜렷했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20.8%가 단속에 적발된 경험이 있었던 반면, 승용차 운전자는 14.5%에 그쳤다. 이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일반 운전자에 비해 평균 운전거리와 운전시간이 길고, 시간 압박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확인됐고, 다른 운전자의 규칙 위반을 더 자주 목격하며, 다른 운전자들의 운전위반경향에 대한 인식도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른 운전자들의 운전태도에 대한 평가가 더 부정적이고 운전 중 시간압박을 더 강하게 느낀다는 것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운전행동 교정 및 난폭운전 예방이 더 어려울 수 있어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한 정책이 별도 설계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 난폭운전의 영향요인 비교… “공통요인도 있지만, 오토바이는 특수요인 뚜렷”
난폭운전의 영향요인은 일반·이륜 운전자에게 공통된 측면도 있었으나, 오토바이 운전자에게만 나타나는 특수 영향요인도 발견됐다. 난폭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 요인은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일반 운전자와 오토바이 운전자는 남성일수록, 운전 중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느낄수록, 자신의 운전실력에 대한 과신, 충동성 경향이 강할수록 동일하게 난폭운전 경향에 영향을 미쳤다.
시간 압박은 일반 운전자의 난폭운전 경향에만 영향을 미쳤다. 반면 오토바이 운전자는 운전 빈도가 낮을수록, 그리고 교통위반 전력이 있을 경우 난폭운전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난폭운전의 영향요인을 일반 운전자와 오토바이 운전자로 구분해 분석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운전자 특성을 반영한 차별적 예방정책이 필요하며, 특히 오토바이 운전자의 경우 위반 경력자·상습 위반자를 대상으로 한 운전 습관 교정과 난폭운전 성향을 낮추는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 “오토바이 난폭운전은 별도 정책 필요”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가 거의 없던 오토바이 운전자의 난폭운전 특성을 실증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충돌·신호위반 등 위험행동이 다수 항목에서 더 높고, 교통위반 경험 영향이 오토바이 집단에서만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은 상습 위반자 대상 특별 관리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특성과 위험도를 고려한 차별적 교통안전 정책, 단속 사각지대 해소, 교육 강화가 이륜차 관련 사고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연구논문
강지현(2023). 난폭운전 경향에 대한 연구: 오토바이 운전자와 승용차 운전자의 비교를 중심으로. 한국경찰학회보, 25(1), 1-28.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강지현(2023) 연구에 따르면 오토바이 운전자의 난폭운전 경향 점수는 승용차 운전자의 1.4배에 달하며, 15개 위험행동 항목 중 14개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오토바이의 단속 회피 용이성과 시간 압박, 위반 전력 등이 난폭운전을 부추긴다고 진단하며, 승용차와 분리된 전용 단속·교육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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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