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준강간 혐의 실형 1심 파기 '집유'

기사입력:2025-08-20 09:48:45
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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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조력으로 성범죄 발생 당시 술취한 피해자가 단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가 아닌 심신상실상태(패싱아웃)라는 것을 밝혀 내어 성범죄 가해자에게 준강간죄가 인정된 사례를 소개한다.

20대 여성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협력업체 대표 B씨(30대·남)와 회식에 참석했다. 회식 후 A씨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가 되자 B씨는 이를 이용하여 A씨를 간음했다.

A씨는 범행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고,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법률 지원을 받게 됐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A씨와 면담을 통해 피해자의 입장이 재판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조력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여부였다.

B씨는 A씨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에 기억하지 못할 뿐 이라며 이른바 ‘알코올 블랙아웃’상태에 해당하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인 전주지법 제11형사부 (재판장 김상곤 부장판사, 김진웅·오서진 판사)는 2024년 10월 23일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해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다만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거나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면제했다.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한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A씨가 사건 당시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 B씨는 이를 인식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A씨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을 만나게 된 경우, 당시 피해와 자산의 심신상황 및 범행 후 정황 등에 관해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대체로 일관되게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했고, 그 진술내용 역서 서로 모순되거나 객관적 사정에 반하는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다소 희미해지거나 불명확해질 수도 있는 사정을 고려할 때, 피해사실의 주된 부분이 아닌 부수적인 사항에 관해 피해자으 진술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며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피임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즉시 병원에서 사후피임약을 처방해 먹기도 하는 등 정상적인 상태에서 성관계에 동의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한편 피고인은 차량에 탑승한 이후 피해자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피해자가 성관계 전에 "응"이라고 동의 했다거나 자세를 취해 주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피고인은 피해자 모르게 성행위 당시의 음성을 녹음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는데, 재판부는 이는 피해자가 제대로 된 의사표현을 한 것을 보기 어렵고, 단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의 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피해자가 술에 만취해 잠이 들어 제대로 의식을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걸어 대화를 유도한 것은 녹음을 통해 향후 성범죄 혐의를 피하거나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또 피해자와 피고인은 각자 교제하는 이성이 따로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와 피고인이 같이 회식 모임을 한 것은 처음이어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특별히 이성적인 호감을 보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피해자로서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에 피해사실이 알려지게 되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협력업체 대표인 피고인을 상대로 존재하지 않는 피해사실을 거짓으로 꾸며내어 허위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합의금 등 경제적 이익을 요구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 고소와 관련해 부정한 이익을 취했거나 취하려고 한 바도 없다고 봤다.

이후 B씨는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장을 제출했으나 1심에서 보였던 것과 태도를 달리하여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해 범행을 전부 인정하고 A씨와 합의를 원한다는 내용을 전해왔다. A씨는 숙고 끝에 B씨와 합의를 했고, 판결에 반영되어 B씨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항소심인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재판장 양진수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했다.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 취업제한 명령은 면제했다.

피해자는 사건이 일어난 2023년 이후로 약 2년이 넘는 기간동안 수사 및 재판이 진행되면서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 피고인으 책임이 무겁다. 1심에서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당심에 이르러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 피고인이 자고 일어난 후 아무렇지 않게 피해자에게 "일어나야지"라고 말하며 어깨를 툭툭치고, 이후에도 스킨십과 연락을 한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이 확정적 고의라기보다는 미필적고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을 여지가 있는 점, 피해자에게 합의금 6,000만 원을 지급해 원만히 합의했고 이에 피해자 변호사가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 및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점을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피고인에 대한 양형에서 적절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피고인은 1심 판결 선고시 법정구속되어 8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구금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성행을 개선하고 자숙하는 기회를 가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가족, 지인 등 다수의 사람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피고인의 직업 및 그간의 활동에 비추어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해 보이는 점, 이 사건 이전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비추어 보았을 때, 1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해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원명안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음주관련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보다 엄밀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판례”라며 “단순히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준강간죄 성립을 부정해서는 안된다는 중요한 법리가 적용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원 변호사는 “피해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피해자에 대해 최대한 범행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자료 제출을 조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공단은 앞으로도 성범죄 피해자의 권리 보호와 법적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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