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범죄나 일탈행동에 노출될 위험이 훨씬 더 크다는 데 있습니다. 최근 <로이슈>의 기사들(예: "게임이야 도박이야"…10대들이 빠지는 불법 도박의 유혹, 2025.6.29; "9세부터 시작되는 도박의 덫"…비행청소년 60%, 사이버도박 경험, 2025.4.28)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이 불법 도박 등 위험행동 경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왜 학교를 떠날까요?
<한국청소년연구>에 게재된 박하나(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외 연구진은 청소년의 학업중단 이유를 구조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개선방향을 모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박하나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와 정책적 시사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매년 5만 명 이상의 청소년이 학교를 떠나는 주요 원인은 진로·학업·대인관계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특목고 진학 실패, 적성 불일치, 학교폭력, 교사와의 갈등 등이 학업중단의 촉매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학업중단 청소년', 일명 '학교 밖 청소년'은 초·중·고등학교를 다녀야 하는 연령임에도 정규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지칭한다. 연구진은 최근 3년 이내 학업을 중단한 만 18세 이하 청소년 10명을 심층 면담해, 학업중단의 결정적 계기, 그 과정을 둘러싼 주변인과의 상호작용, 제도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면담 결과, 학업중단 사유는 대체로 '진로', '학업', '대인관계' 문제로 유형화됐지만, 대부분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 특목고 진학 실패나 적성에 맞지 않는 특성화고 경험, 취업과 입시 사이에서의 혼란, 학교 제도와 문화에 대한 불신 등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일부 청소년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내가 원하는 미래와 전혀 맞지 않았다"는 진술을 하며, 진로 비전 부재와 제도적 한계를 동시에 지적했다.
이와 함께 친구 관계의 어려움, 따돌림이나 학교폭력, 담임교사와의 갈등, 엄격한 규율로 인한 정서적 위축 등도 학업중단의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장거리 통학,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 등 외부적 요인까지 겹쳐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학업중단 과정: 부모·교사·상담교사와의 상호작용이 결정적 영향
학업중단은 청소년의 '독단적 결정'이라기보다 부모, 담임교사, 상담교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뤄졌다. 특히 부모가 먼저 학업중단을 권유하거나, 자녀의 결정에 적극 동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담임교사의 경우 학생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질책 위주의 대응을 보일 경우 학업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상담교사와의 상호작용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하며 위기 청소년의 마지막 '방파제' 역할을 한 것이다.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이 경험한 예방 정책·제도
면담 참여자들은 '학업중단숙려제', '대안교실', '대안학교' 등의 학업중단 예방 제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려제는 학업중단 의사를 보인 학생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이나, 실질적으로는 이미 자퇴 결심이 확고해진 시점에 안내되는 경우가 많아, '시기적 한계'가 지적됐다. 또한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과 안내 미흡, 지역 간 운영 편차도 문제로 드러났다.
Wee클래스나 대안교실은 위기 청소년에게 심리적 '완충 공간' 역할을 했으며 상담과 프로그램 지원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학교에만 설치돼 있어 접근성이 낮고, 프로그램 질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적 시사점: 조기개입과 진로지원 강화 핵심
연구는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에 대한 효과적인 개입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제시했다.
첫째, 부모의 이해와 지지, 교사와의 적극적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 그동안의 연구에서는 적극적인 부모의 지지와 협조, 자녀에 대한 높은 이해, 가족 간의 활동 등 심리적 가족 유대감은 학업중단을 예방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꼽혔다. 따라서, 부모 대상 교육과 상담 기회를 제공해 자녀와의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담임교사의 역할 강화 또한 핵심이다. 숙려제 안내를 의무화하고, 학업중단예방위원회 등의 협의기구 운영을 활성화하여 교내 대응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상담교사 확보와 처우 개선, 학교 외부기관과의 연계 강화도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 상담교사는 학업중단을 막는 핵심 보호 요인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위기 청소년을 위한 전문 상담 체계 구축과 더불어 상담 인력의 확보, 상담교사의 업무 과중 해소, 처우 및 지위 개선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학교 밖 전문기관과의 연계 확대는 물론, 지자체 차원의 교육복지사 인력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셋째, 상담교사와 마찬가지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한 Wee클래스와 대안교실 역시 양적·질적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공간은 대인관계 갈등이나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게 '심리적 완충지'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학생들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서 지원과 진로 탐색을 아우르는 맞춤형 프로그램의 도입과 운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진로 정책의 전면적 강화가 절실하다. 진로 계열 간 이동이 제한된 현재 구조에서는 전편입의 행정적 제약이 학업중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로맞춤형 숙려제 제공, 중학생 대상 진로교육 강화, 계열 간 이동 유연화가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
청소년의 학업중단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구조적 책임이다. 이제는 학교 밖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정책이 바뀌어야 할 때다. 이들이 학교라는 안전망 안에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연구논문
박하나, 김성은, 김현수(2021). 학교 밖 청소년의 학업중단 사유와 경험 이해: 학업중단 예방 정책에의 시사점, 한국청소년연구, 32(3), 261-288.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