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생후 20개월 62시간 넘게 홀로 주거지 방치 사망 친모 징역 11년 확정

기사입력:2024-07-23 12:00:00
대법원.(사진=대법원홈페이지)

대법원.(사진=대법원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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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생후 20개월에 불과하여 스스로를 돌볼 능력이 없고 영양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피해자를 추운 겨울 날 6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홀로 거주지에 방치해 피해자가 탈수와 영양결핍 등으로 사망케 해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인정된 죄명: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사건 상고심에서, 친모인 피고인 및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일부 무죄로 판단해 징역 1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도2594 판결).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해, 이 사건 공소사실(유죄부분 제외)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이유에서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죄에서의 ’살인의 고의‘,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유기 · 방임)죄에서의 ’방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해 상고했으나 유죄부분에 관해서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또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해 피고인은 원심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당심 국선변호인이 상고제기기간이 지난 2024. 3. 11. ‘상고이유서’라는 서면을 제출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상고장으로 보더라도 국선변호인의 상고는 상고권이 소멸된 이후에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했다.
-피고인은 21세의 나이에 배우자인 C와의 사이에 피해자 D(1세·남)를 출산해 양육하던 중 가정불화를 이유로 C가 2022. 1.경 집을 나가자 그때부터 C와 별거하며 혼자 피해자를 양육해 왔다. 피고인은 혼자 피해자를 양육하는 동안 자주 피해자를 혼자 집에 방치한 채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고, 2022. 11. 중순경부터는 남자친구인 E과 교제를 시작하면서 피해자를 혼자 집에 방치한 채 외출하거나 외박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보호·양육을 소홀히 하게 됐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2022. 8. 9.경 이후 필수 기초접종을 전혀 하지 않았고 출생이후 영유아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도록 하지 않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상습으로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인 피해자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했다.

또한 피고인은 2023. 1. 30. 오후 1시 7분경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주거지에서, 김을 싼 밥 한 공기만을 두고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생후 20개월 피해자를 주거지에 홀로두고 남자친구인 E를 만나 그의 일을 돕거나 함께 식당에 가서 술을 마시고 모텔에 투숙해 함께 잠을 자는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2023. 2. 2. 오전 2시35분경 귀가 해 62시간 피해자를 주거지에 홀로 방치해 탈수와 영양결핍 등으로 사망하게 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유기해 살해했다.

피해자는 사망 당시 신장 75cm, 체중 6.93kg의 생후 20개월의 남아였는데, ‘2017 소아청소년 표준 성장 도표’에 따르면 피해자의 신장은 11~12개월, 체중은 4개월 남아의 신체조건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한 저신장, 저체중 상태였고, 신장 대비 체중 상태는 쇠약증 상태였다.
1심(인천지방법원 2023. 8. 17. 선고 2023고합136 판결)은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을 각 명했다.

그러자 피고인은 피해자를 방임한다는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확정적 고의는 물론 미필적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1심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양형부당과 함께 항소했고, 검사는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노2646 판결)은 피고인의 아동학대살해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받아들여 쌍방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락한 채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에게 16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을 각 명했다.

한편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의 점에 대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로 하여금 필수예방접종을 받거나 영유아건강검진을 받도록 하지 아니한 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 보호 및 양육을 소홀히 한 방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의 점은 무죄로 판단하고 대신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보호자가 아동에 대하여 살해의 고의로 형법 제271조 제1항의 유기죄 등 아동학대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고의범인 '아동학대살해죄'(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가 성립하나, 아동에 대한 살해의 고의는 없이 아동학대범죄를 범하여 아동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를 가져오고 그 결과에 대해 예견가능성, 즉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니라 결과적 가중범인 '아동학대치사죄'(무기 또는 5녕 이상의 징역)가 성립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넘어 피해자에 대한 살해의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아동학대살해죄가 성립한다고 본 1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이 부분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전문심리위원의 소견과 피고인의 진술 모습과 내용 등을 보면, 피고인에게 보통의 일반인과 같은 수준의 인지능력이나 판단능력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이 부분 범행 당시 피고인의 지적능력과 판단능력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면서 유기 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의 친모는 피고인이 중학생 때 재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어 별거 이후에도 친모에게 피해자의 양육에 대한 조력을 요청할 만한 상황에 있지 않았다. 피고인은 당시, 이전처럼 1박 2일 정도를 예상하고 밥 한 공기 분량의 음식을 남긴 채 외출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처음부터 피해자를 62시간 동안이나 방치할 생각으로 외출하였던 것으로 볼 만한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3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아서 미안하고 해서 애기가 좋아하는 것 좀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려고 마트에 들렸다'고 진술했고, 또한 피고인은 위와 같이 키위를 사서 2023. 2. 2. 02:35경 집에 도착하여 피해자가 바닥에 엎드려 사망해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친모와 통화한 다음 03:38경 119에 신고했으며, 통화를 하면서 119의 지시에 따라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119신고가 약 1시간 정도 늦어졌다거나 최초 진술에 일부 허위가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 또는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홀로 방치하여 피해자가 탈수와 영양결핍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는데, 당시 피해자가 겪었을 굶주림과 외로움 등 고통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렵다. 어린 아기에게 매일 정기적으로 적절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양육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 속한다. 그럼에도 용납하기 어려운 사유로 무책임하게 피해자를 유기하여 소중한 생명의 소멸을 가져온 피고인에 대해서는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비록 상습적으로 피해자를 방임히기는 했으나 피해자에 대해 나름의 애착을 가지고 양육을 계속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에게 직접적․물리적인 유형력 행사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학대행위를 한 정황은 없다. 피고인의 잘못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고 보이고, 피고인은 평생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깊은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귀중한 생명인 피해자가 적절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하고 굶주림 속에 이른 생을 마감하게 된 데에는 직접적으로 피고인의 잘못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나, 피해자에 대한 동등한 양육 의무가 있던 피해자의 친부나 피해자의 직계존속인 피고인의 친모 등 다른 가족들의 무관심과 회피 등도 피해자의 죽음을 막지 못한 배경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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