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피고인 A에 대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장일본주의, 공모공동정범 및 방실침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A에게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A가 모텔 객실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다음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자 객실 방문을 열어 둔 채 나와 피고인 B에게 이를 알려주어 범행을 공모하고, 피고인 B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자고 있는 모텔 객실에 침입하여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다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24. 1. 25. 선고 (춘천)2023노195 판결]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준강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에게 모두 징역 7년 등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1심(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3. 8. 8. 선고 2022고합5 판결)은 이 사건 공소장에는 피고인 A가 피해자를 데리고 나가 이 사건 모텔 객실에 입실한 다음 피해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메시지가 그대로 기재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 범행에 있어 피해자의 상태 및 피고인들의 공모관계, 범행의 경위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 법관으로 하여금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 장애가 될 만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 피고인 A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했다.
피고인 B가 피고인 A와 공모해 이 사건 객실에 침입해 술에 취하여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했다. 피고인 A는 이 사건 객실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다음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이 사건 객실 문을 열어 둔 채 나와 피고인 B와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
1심은 피고인 B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들어 있던 이 사건 객실에 침입하고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하는 것에 대하여 피고인들 사이에 묵시적으로나마 공모관계가 있다고 보아 피고인 A의 주장을 배척했다.
피고인들은 같은 E 소속 축구선수들로 친밀한 사이이고 이 사건 전후로 SNS를 통해 만난 여성들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성관계를 갖는 내용에 대해 대화를 하기도 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친구 2명을 만나 술을 마시고 강릉시로 이동할 무렵, 피해자 일행 중 누구와 성관계를 가질 것인지 확인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즉 피고인들은 피해자 등과 강릉시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술에 취한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목적 내지 의도를 공유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2021. 9. 30. 오후 8시경부터 같은 날 오후 11시 41경까지 주점에서 피해자의 친구 2명, 피고인들 및 피고인들의 동료 선수 G, 총 6명이 소주 11병과 맥주 5병을 나누어 마셨다. 피고인들을 포함한 위 6명은 강릉시 소재 피고인 B의 집에서 술을 더 마시기로 하여 피고인 B의 집으로 이동했고, 2021. 10. 1. 0시 12경 피고인 B의 집 부근 편의점에서 소주 3병과 500ml 캔맥주 3캔을 구입한 다음 피고인 B의 집에서 술을 더 마셨다.
한편 피고인 A는 2021. 10. 1.오전 3시 40경 피해자와 함께 피고인 B의 집을 나와 같은 날 오전 3시 47분경 이 사건 객실에 입실하여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고, 2021. 10. 1. 오전 4시 30분경 이 사건 객실에서 혼자 퇴실했다.
피고인 A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 B가 3명의 성관계 제안을 거절했다는 말을 듣고,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객실에서 쉬었다가 가겠다고 했을 뿐 나아가 피고인 B를 이 사건 객실로 불러 달라는 의사를 표시한 적은 없다. 그런데 피고인 A는 이 사건 객실 문을 열어 둔 채 이 사건 객실을 퇴실한 다음 피고인 B에게 연락해 피고인 B의 집 근처로 피고인 B를 불러낸 다음 피해자가 찾는다며 이 사건 객실로 가라고 했다.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행위가 없었다면 피고인 B가 주거침입준강간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A은 위 범행에 대하여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 주거침입준강간 범행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공동의 실행행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A은 피고인 B 명의의 카드로 이 사건 객실의 숙박료를 결제했다. 그러나 이 사건 객실은 주거에 준하는 사적인 공간이므로, 숙박료를 결제한 사람이 아니라 실제 이 사건 객실에 투숙하거나 입실한 사람을 점유자로 보야야 한다.
피고인 B는 출입문이 잠겨있는 이 사건 객실 앞에서 여러 차례 벨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려도 피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모텔 관리자의 도움을 받아 이 사건 객실에 들어갔고, 위와 같은 피해자의 당시의 상태나 그 무렵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 등으로 볼 때, 피고인 B의 이 사건 객실에 출입에 대해 피해자가 명시적인 승낙은커녕 묵시적인 승낙을 했다거나 피고인 B이 그러한 승낙을 예상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 B의 행위는 이 사건 객실에 ‘침입’한 것에 해당한다.
피고인 B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생각하여 이 사건 객실에 출입하는 것에 대하여도 승낙한 것으로 알았다고 하나, 성관계 동의 여부에 대하여 피해자로부터 직접 확인한 것도 아니고 피고인 A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에 불과하다.
1심은 이 사건 각 범행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한 점,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 직후에도 후회나 반성 없이 다른 여성과 만나자고 대화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 점, 피해자는 잠에서 깬 후에도 자신에게 벌어진 피해를 한동안 이해하지 못할 만큼 범죄에 취약했고, 피고인들의 범행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불쾌감을 느꼈다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점, 피고인들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는 피고인들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원심(항소심)에서 1심과 양형 판단을 달리할 정도로 의미 있는 새로운 정상이나 중요한 사정변경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 및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 B는 수사단계에서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성폭력범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주거침입준강간) 범행을 다투었고, 그 결과 피해자는 법정에 출석하여 피해사실에 관하여 진술하는 추가적인 고통을 겪은 점, 피해자는 공탁금을 수령할 의사가 전혀 없고 피고인들의 강력한 처벌을 원할 뿐이라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점, 이 사건 각 범행의 내용과 죄질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위와 같은 형사공탁 사실이 1심의 양형을 감경해야 할 정도의 새로운 양형자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