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대구고등법원(로이슈 DB)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2023년 8월 초순경 인터넷 기사를 통해 각종 살인 예고글을 접하며 '사람이 많은 곳에 가서 아무나 죽이라'는 환청을 듣고 피고인의 원룸에서 "경찰이 살인하라고 조종함"이라는 내용의 메모를 작성하고, 각종 흉기와 밥그릇 1개, 홈키파 스프레이 등을 가방에 넣고 버스를 이용해 같은 해 8월 7일 오후 3시 47분경 동대구 역에 도착했다.
이어 동대구역 3번 출입구로 들어가면서 홈키파 스프레이를 꺼내들고 이곳저곳을 배회하면서 살해할 대상을 물색하던 중 같은 날 오후 3시 50분경 1번 출입구 앞에서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혼자 서 있던 피해자 J(20대·남)를 발견하고 약 1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피해자를 노려보며 흉기를 꺼내 피해자에게 보이며 약 5초간 피해자를 노려보는 방법으로 살인을 예비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정신병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책임능력이 없어 피고인에게 살인예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단독재판부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다소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알수 있는 사정, 즉 ① 피고인은 우발적으로 식칼을 꺼내 사람을 위협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범행도구를 준비하여 동대구역으로 이동한 다음 위와 같이 사람을 위협하기에 이른 점, ② 피고인은 위와 같이 행동할 당시 자신이 들고 있던 흉기에 손을 다칠까 우려해 손잡이를 수건으로 감싸는 등 사물 변별 능력이 결여되었다고 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인 점, ③ 피고인은 피해자를 향해 흉기를 들고 보여주기만 한 이유에 관해 ‘피해자가 덩치도 크고 힘도 세 보여 추가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하려 했다.’고 진술했는데, 위 진술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의사 결정 능력이 결여되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④ 피고인은 현재까지도 사건 당일 동대구역으로 이동한 과정이나 피해자의 인상착의에 관해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이전 주변에 모범을 보이는 생활 태도로 성실히 살아왔고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정신병의 악화 및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의 어머니와 동생이 피고인의 출소 후 피고인에 대한 치료 및 돌봄에 진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