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원심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를 인정하기 어려움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국유재산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군정법령 제194호 및 이를 폐지하고 제정된 향교재산법에 따라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삼척향교를 관리·운용해 왔다. 삼척향교는 1468년부터 현재 장소에 위치해 왔고, 동재·서재·대성전 등 향교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1985년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시·도지정문화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원고는 "국가가 약 100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삼척향교의 관리·운용을 위한 이 사건 각 토지의 무상사용을 허용해 오다가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권리남용이자 신의칙 위반이고, 원고에게는 삼척향교의 관리·운용을 위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가 있어 이 사건 각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주장했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23. 5. 12. 선고 2022누40507 판결)은,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만으로는 일제강점기에 ‘국(國)’이 이 사건 각 토지를 삼척향교의 관리·운용 주체에게 양여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해 원고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고, 국유재산의 점유·사용을 장기간 방치한 후 변상금을 부과하더라도 신뢰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했다.
대법원은 원고에게는 이 사건 향교건물을 포함한 삼척향교의 관리·운용을 위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나 사용·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법적 지위에 있는 원고에 대하여 변상금을 부과한 이 사건 각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이 사건 향교건물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따라 그 소유가 강제되면서도, 임의로 이 사건 향교건물에 관한 법적·사실적 처분을 통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사용을 종료하는 것조차 금지된 상태에서 이 사건 향교건물의 현상을 유지할 것이 강제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향교건물 소유 및 이 사건 향교건물에 대한 현상 유지에 관한 이중의 강제로 인하여, 원고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사건 향교건물을 소유·유지할 수밖에 없고 이로써 국유재산인 이 사건 각 토지를 점유·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점유·사용은 향교재산법 및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법률상 강제되고 있는데, 이와 같이 수범자의 의사를 묻지 아니하고 법률이 일정한 점유·사용을 강제한다면, 해당 법률은 수범자에게 그 점유·사용의 권원 내지 지위 자체도 설정하여 주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함이 법치주의 관점에 부합한다. 따라서 향교재산법 및 문화재보호법이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사용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으로부터도 그러한 점유·사용을 정당화할 원고의 법적 지위가 도출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가 이 사건 향교건물의 소유·유지를 위하여 이 사건 각 토지를 점유·사용하는 것은 향교재산법,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법령을 제정한 국가 또는 이 사건 향교건물을 포함한 삼척향교를 ‘시·도지정문화재’로 지정한 지방자치단체가 국유재산인 이 사건 각 토지를 불가피한 사유로 점유·사용하게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는 원고 등 삼척향교의 소유·관리·운용 주체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배타적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의 묵시적인 승인에 근거해서도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의 점유·사용에 관한 일정한 지위가 부여된다고 봄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