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한때 중고차 시장에서 친환경 이미지와 함께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2020년 말 반도체 수급 부족에 따른 신차 출고지연으로 중고 전기차 값이 신차 실구매가를 넘어서는 기현상을 보일 만큼 시세가 불안정하게 움직였다. 이후 2022년 초 반도체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중고 전기차 시세 역시 안정을 찾았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 성능 이슈, 신차 가격 이슈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판매가 부진해 지난해 말부터 시세가 하락세로 전환한 것. 중고 전기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째 평균 시세가 매월 약 2~4% 낮아지는 추세다.
5월 주요 모델별 시세를 살펴보면 △현대 더 뉴 아이오닉 일렉트릭(-6.9%) △현대 코나 일렉트릭(-6.3%) △기아 디 올 뉴 니로 EV(-4.6%) 등 국산은 물론 수입 브랜드인 △폴스타 폴스타2(-3.4%) △테슬라 모델S(-3.0%) 등 전체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대별로 보면 4000만원 이상 고가 중고 전기차 모델의 경우 높은 금리 등 불황기에 따른 요인이 시세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내연기관 차량 시세에서도 나타난 현상으로, 경제적 부담이 큰 소비를 미루는 행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인기 품목이던 저가 중고 전기차 모델의 경우 수출이 주춤해지며 전체적인 수요 감소로 이어져 시세가 하락세로 들어섰다. 이에 따라 코나 일렉트릭, 디 올 뉴 니로 EV 등 주요 모델들의 5월 시세는 지난해 말 대비 약 17% 낮아졌다.
이민구 케이카 PM팀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고차 수출 물량은 자동차 운반선보다는 컨테이너선에 주로 선적되는데, 최근에 안전성을 위해 배터리를 분리하거나 방전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며 “이런 논의 과정에서 저가의 전기차 초기 모델 수출이 주춤하면서 시장의 유통 물량은 늘었지만 판매가 늘지 못해 시세도 낮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