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심(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2022.9.15.선고 2022고합9판결)은 피고인이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 사건 영상물에 아동ㆍ청소년이 등장한다는 점, 이 사건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배포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 영상물을 ‘어린 신부’, ‘어린 왕자’ 등의 소설이나 영화를 패러디한 영상 정도로 여겼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영상물을 확인한 후 삭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이 사건 영상물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한 상태에서 이 사건 영상물을 최소 37분가량 소지하고 있었으므로, 범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당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기 전에 그것이 청소년성착취물임을 인식하지 못했고, 그것이 청소년성착취물임을 인식함과 동시에 해당 영상물 및 토렌트 프로그램을 삭제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청소년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배포할 고의가 있었음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인정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5도1339 판결등 참조).
토렌저 프로그램은 다운로드 받을 파일의 내용을 미리 ‘썸네일(thumbnail)’ 등 이미지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다운로드가 완료된 후 그 파일을 재생하여 육안으로 영상을 확인하기 전에는 그 파일의 내용을 미리 알기는 어렵다. 토렌저 프로그램 및 토렌트 프로그램은 불법영상물만을 공유할 목적으로만 제작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반적인 파일을 공유하는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으로서, 위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영상물 파일을 다운로드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가 반드시 불법영상물을 다운로드 받겠다는 것이었다고 추정하기는 어렵다.
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어린’이라는 제목만으로 이 사건 영상물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영상물을 다운로드받거나 유포하는 데 사용한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 등의 수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영상물을 시청한 시각을 특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영상물이 피고인의 컴퓨터에 다운로드된 후부터 피고인이 이를 삭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7분이라는 것만 단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영상물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인식하고 이를 소지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이를 37분간 컴퓨터에 저장해 소지했다는 점, 피고인이 토렌트 프로그램을 삭제하기전에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배포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토렌트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이 사건 영상물을 배포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